트럼프·김정은 접촉 시 ‘韓 패싱’ 우려
결국 ‘자주국방’만이 우리 안전 보장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엊그제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공개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북한 관련 언급이 완전히 사라진 점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NSS 보고서에 17차례 등장한 북한이 이번엔 아예 종적을 감췄다. 자연히 북한의 핵무기 및 핵 능력 제거를 뜻하는 기존의 ‘한반도 비핵화’란 표현도 삭제됐다. 중국이 최근 내놓은 군비통제 관련 백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한다’는 문구를 생략한 것과 시기적으로 겹친다. 한반도 정세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아 우려를 금할 길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4년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합 세 차례 만났다. 트럼프의 비핵화 압박에 김정은이 저항하며 결국 회담이 결렬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두 번째 임기 개시와 동시에 트럼프는 북한을 ‘핵무기 보유국’으로 부르며 대화 재개를 요청했다. 이에 호응하듯 김정은 측은 “비핵화를 의제에서 뺀다면 얼마든지 미국 대표단과 마주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NSS 보고서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지운 것이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성사를 위한 선제적 조치가 아닌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대목이다.
이재명정부는 북·미 접촉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문재인정부 때처럼 북·미 대화는 곧 남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을 배제한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고 그 대신 북한은 미 본토를 겨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을 폐기한다’는 식의 결론이 내려지는 경우 우리에겐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외교·안보 당국은 조만간 시작될 수 있는 북·미 간 논의에서 한국이 소외되는 일은 결코 없도록 경계와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이번 NSS 보고서에서 미국은 한국에 국방비 증액을 촉구하는 등 ‘더 큰 역할’을 맡을 것도 주문했다. 대만 방어를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우선 목표로 설정한 미국이 중국 견제에 전력을 다하는 동안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한반도 안정과 평화를 지키는 일은 한국이 도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언급한 ‘자주국방’의 실현이 한층 더 시급해진 셈이다. 정부는 미 행정부도 동의한 핵추진 잠수함 건조 등에 최대한 속도를 냄으로써 우리 스스로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태세를 하루빨리 갖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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