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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마을 누비는 사진관… “취미가 밥벌이 됐죠” [차 한잔 나누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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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12-07 23:00:00 수정 : 2025-12-07 20:13:10
보은=윤교근 기자 sege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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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서 ‘포토밴’ 운영 김은선 작가

몸 불편한 어르신 등에게 인기
경로당·축제장 등 잇단 러브콜

“영정 사진은 죽음 준비 아니라
서로의 삶 함께 축하하는 순간”

동네 사진관, 사랑방 역할 톡톡
“귀촌 성공한 모델로 남고 싶어”
“어르신 부부는 대부분 눈을 못 마주치세요.”
김은선 작가가 이동사진관 ‘포토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은선 작가 제공

충북 보은군 보은읍에서 이동사진관을 운영하는 김은선(46) 작가는 “대가족 사진을 찍을 때 꼭 부모님 두 분을 기록한다”며 “두 분께 마주 보시라고 하면 처음엔 어색해하시다가도 이내 응해 주시고, 그 순간 자연스러운 표정이 담긴다”고 말했다. 그는 “그 장면을 담으면 부모님도, 자녀들도 좋아한다”며 “무뚝뚝한 아버지도 웃으시며 좋아하는데 그런 순간이 촬영자로서 뿌듯함을 느끼는 대목”이라고 했다.

김 작가의 시선은 늘 마을과 사람으로 향한다. 그는 최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얼마 전 유행처럼 번지던 ‘영정사진’이 오래돼 다시 찍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친한 이웃끼리 한복을 입고 어울려 와서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죽음을 준비하는 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서로의 삶을 축하하는 순간처럼 느껴져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작가가 운영하는 이동사진관 ‘포토밴’은 이 마을 저 마을을 누비며 인기다. 이동사진관은 승용 화물차에 1~2인용 스튜디오와 카메라, 인화기 등을 갖춰 마을 사람은 물론 반려동물을 촬영하기에 제격이다. 특히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바퀴 달린 사진관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인기다. 이동사진관 덕분에 노인복지관, 마을 경로당, 축제장 등 그를 찾는 곳이 부쩍 늘었다.

김은선 작가의 ‘눈 내리는 보은’ 작품. 김은선 작가 제공

김 작가는 “몸이 불편하신 시골 어르신들은 제가 직접 찾아가면 편하게 사진을 찍고 바쁜 일상에 쫓기는 젊은 층도 인물사진을 남기곤 한다”며 “최근에는 스튜디오 촬영이 쉽지 않은 대형견 등 반려동물 촬영도 많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대도시 출신이다. 군인인 남편을 따라 강원 인제군으로 옮겨 사진관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당시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군에서 전역한 2023년 보은군에 터를 잡았다. 연고도 없는 곳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사진관을 열고 이동사진관까지 운영하는 등 도전과 용기의 연속된 여정이었다.

그에게 보은행은 자신의 의지가 일정부분 반영된 결정이라는 점에서 남다르다. 그는 “과거에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학교, 직장 등의 이동이었다면 보은은 남편과 돌아다니며 여생을 보내기로 한 곳”이라며 “동네 어르신들도 반겨주시고 정말 따뜻하고 정겹다”고 했다.

김은선 작가가 이동사진관 ‘포토밴’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김은선 작가 제공
김은선 작가 프로필. 김은선 작가 제공

그래서인지 그의 사진관은 ‘동네 사랑방’이다. 사진을 찍은 어르신들이 읍내 장을 보러 와서도 먹을거리를 사서 불쑥 들어와 자리를 펴고 앉아서 사는 이야기를 하다 가곤 한다. 또 버스를 기다리는 이들도 사진관에서 쉬며 이야기 봇짐을 푼다.

희망도 이야기했다. 그는 “청년들이 도시의 빠른 흐름 속 경쟁보다 시골에서 사람 냄새 나는 삶에 도전해 보길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귀촌한 사람으로 지역에서 잘 적응하고 시골에서도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선례를 남기고 싶다”며 “우리 동네 보은에서 재밌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특히 “보은 등 지방 소도시는 창업할 기회와 지원 사업이 많아 대도시와는 다른 경험 펼칠 수 있는 곳”이라며 “보은은 청년들에게 기회가 있는 동네”라고 확신했다. 실제로 그는 충북 남부 3군(보은·옥천·영동) 창업아이디어 경진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아 이동사진관의 전원장치와 냉·난방기를 설치하고 홍보물도 제작했다.

김은선 작가의 ‘보은읍내 장날’ 작품. 김은선 작가 제공

김 작가에게 새로운 일도 생겼다. 협업이 그것이다. 그는 “보은이 오토바이를 즐기는 라이더들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그곳에 있는 라이더 등의 소개 사진을 찍는 협업을 계획하고 있다”며 “사람과 관광지, 산업 등 보은을 알리거나 다른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사진의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포토밴’과 함께 달려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작가의 사진관은 일상과 공감이라는 철학 속에 사람과 마을이 숨 쉰다. 그는 “중학교 때 고장 난 필름 카메라로 동아리에서 사진을 시작해 취미가 되고 밥벌이가 되고 희망이 됐다”며 “사진은 영상으로는 담기 어려운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시간의 흐름과 이야기를 전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현재와 과거, 미래의 이야기를 담는 필요한 서비스인데 면 단위 사진관이 문을 닫는 등 시골은 사진을 찍거나 인화할 곳이 없습니다. 사진관이 지속할 수 있게 후배를 양성은 물론 지역의 삶을 기록하고 연구하는 데 힘을 쏟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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