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공짜 입력 2011-01-27 18:00:34, 수정 2011-01-27 19:56:10 속담에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고 한다. 공짜라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말도 있다. 목숨과 맞바꿀 만큼 또는 집안보물 1호인 소마저 잡아먹을 만큼 ‘공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속성을 풍자한 얘기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란 없는 법이다. 그저 주겠다면 솔깃하지만 반드시 대가가 따르게 마련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공짜 점심은 없다”란 말을 즐겨썼다. ‘공짜 점심’이란 용어는 미국 서부 개척시대에 술집에서 일정 한도의 술을 마시는 손님에게 식사를 무료 제공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러나 공짜 밥을 먹으려면 그만큼 술을 많이 마셔야 되고 당연히 술값이 많아지게 마련이다. 그저 밥을 주는 것 같지만 술값 속에 밥값이 포함된 셈이어서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언뜻 보기에 공짜인 것 같지만 공짜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공짜 점심 뒤엔 기회비용이 도사리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러시아 속담에도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놓여 있다”란 말이 있는데, 같은 취지다.
공짜가 몰려오고 있다. 공짜 PC, 공짜 카페, 공짜 사냥, 공짜 다운로드, 공짜 넷북, 공짜 스마트폰 등이 소비자를 현혹한다. 특히 사이버 공간에선 공짜 마케팅이 대세다. 파격세일 정도로는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수 없어 그저 준다는 눈속임이 난무한다.
공짜는 장사꾼만의 전유물은 아닌 듯하다. 정치판에서도 공짜마케팅이 한창이다. 무상급식으로 시작한 선심 공세는 무상의료, 무상보육, 반값 대학등록금으로 이어졌다.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유권자 표심잡기 성격이 강하다.
문제는 돈이다. 건강보험만 해도 적자가 눈덩이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는 1조3000억원에 이른다. 노인인구 증가와 보험 적용 범위가 넓어진 데 따른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세금을 더 거둬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무상의료와 무상보육 등을 실시한다면 재정난은 심각할 것이다.
일본이 ‘무상복지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연금 지급액이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돌아 50조엔의 빚을 내 적자를 메워야 할 판이라고 한다.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당장 정치적 이해관계나 당락이 걸린 정치인에겐 국익이나 합리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의 선택이다. 냉정한 시민의 눈이 살아 있을 때 포퓰리즘은 발붙이지 못할 것이다.
임국현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