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 가가가 제 졸업작품 입었죠” 영국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조아라 입력 2011-02-10 16:49:44, 수정 2011-02-10 17:30:49 “레이디 가가 덕분에 이름을 알렸으니 다음엔 비욘세에게 꼭 제 옷을 입혀보고 싶어요.” ‘제2의 마돈나’로 불리는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디 가가(Lady Gaga)는 파격적인 무대 매너와 패션 때문에 일거수일투족이 전 세계 팬들의 관심사다.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 낼 과감한 패션이지만 그녀가 입고 나온 옷은 디자이너들에게 신선한 충격과 영감을 줘 다음 시즌 패션 컬렉션에 인용되거나 모방되곤 한다. 그런 그녀가 입어 화제가 됐던 한 의상이 한국 유학생의 졸업작품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에서 활동 중인 디자이너 조아라(26·Ara JO)씨와 10일 전화 인터뷰를 했다.
레이디 가가가 반한 그녀의 의상은 ‘최면’에서 모티브를 얻어 코르셋 형태로 만든 ‘보닝 드레스’(Boning Dress)로,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모두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 “최면에 걸리면 움직이지도 말하지도 못한다는 데서 영감을 얻어 이 드레스를 입으면 마치 최면에 걸린 듯 갇혀 있는 느낌, 구속된 느낌을 받게 디자인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 후 조씨의 옷을 입어보고 싶다는 의뢰가 잇따랐고 자멜리아, 솔란지 놀즈(비욘세의 여동생), 푸시캣 돌스의 멤버 킴벌리 와이어트 등 개성 있는 여가수들이 그녀의 작품을 입었다. 덕분에 취업 걱정을 하던 유학생은 곧바로 시즌마다 자신의 이름을 건 ‘아라 조(Ara Jo) 컬렉션’을 여는 주목받는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됐다. 레이디 가가를 비롯해 스타들이 입은 그의 옷은 실험적이고 파격적이다. 조씨는 “미스테리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많이 받는다”면서 “인어공주, 요정, 뱀파이어 등 신비로운 존재를 나만의 상상으로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이미지로 바꾸는 것이 재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한국에서 졸업한 뒤 곧바로 취직했다면 절대 이런 디자인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씨는 명지대 패션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2007년 7월 영국으로 건너가 패션학교 센트럴세인트마틴스(CSM) 2학년에 편입했다. CSM은 미국의 파슨스, FIT와 함께 세계 최고의 패션학교로 꼽힌다. 천재 디자이너 알렉산더 맥퀸과 스텔라 매카트니, 크리스챤 디올의 수석 디자이너 존 갈리아노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이 학교 출신이다.
한국 학교에서는 바느질 같은 테크닉적인 요소, 옷을 만드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지만 영국 학교에서는 ‘아이디어가 어떻게 나왔고, 어디서 영감을 받았으며 이 디자인이 왜 어떻게 나왔는지’를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조씨가 추구하는 의상 역시 보통 사람이 평상시에 입는 옷은 아니다. 한 벌을 만들더라도 특별한 느낌을 주려고 한다는 그는 “레이디 가가처럼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무대를 만드는 가수나 배우에게 내 옷을 입혀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년에는 최대 음반시장인 뉴욕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조씨는 뉴욕에 가기 전 올 하반기 케이블 TV의 패션디자이너 서바이벌 프로그램 ‘프로젝트 런웨이 코리아 시즌4’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실력도 검증해보고, 운이 좋아 상금(1억원)까지 타면 미국 진출에 재정적인 도움이 될까해서다. 그는 “앙드레 김 선생님이 가난하지만 실력 있는 신인 디자이너들을 위한 작업공간을 준비하다가 돌아가셔서 너무나 안타깝다”면서 “신인 디자이너들이 마음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김수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