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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부 만나진 못했지만… 온라인으로 이어진 ‘부자의 情’

사망원인 췌장암·호흡정지…보건당국, 사망진단서 공개
애플 본사서 19일 추모행사

애플의 아이콘이자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는 5일 오후 3시 캘리포니아주 팰러앨토 자택에서 호흡정지와 췌장암으로 사망한 것으로 10일 공식 확인됐다.

블룸버그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샌타클래라 카운티 공중보건부가 이날 공개한 잡스의 사망진단서에는 직접적인 사인은 ‘호흡정지’로, 근본 사인은 ‘전이성 췌장신경내분비종양’으로 돼 있으며 부검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적혀 있다.

잡스는 특정 종교와 무관한 샌타클래라의 한 묘지에 7일 매장된 것으로, 직업란에는 ‘기업가’라고만 기록돼 있다. 애플은 5일 잡스가 숨졌다고 발표했으나 사망 원인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애플은 오는 19일 잡스를 추모하는 행사를 개최한다. 팀 쿡 애플 CEO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잡스의 삶을 기리는 행사가 19일 애플 본사에서 비공개로 열린다고 밝혔다.

인터넷상에서는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4S가 미국에서 출시된 14일을 ‘스티브 잡스의 날’로 정해 잡스의 상징이었던 검정 터틀넥 셔츠를 입자는 움직임이 일고있다.

스티브 잡스의 친부모인 압둘라파 존 잔달리(왼쪽)와 조앤 캐럴 시블 심슨이 다정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들은 1955년 태어난 잡스를 입양시킨 얼마 후 결혼했으나, 다시 잡스를 찾지 않은 채 1962년 이혼했다.
알아라비아네트 제공
잡스 사망 직후 인터뷰를 거부했던 잡스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80)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를 통해 잡스의 사망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진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잔달리는 잡스를 입양 보낸 것은 실수였다며 만나서 커피 한잔 하고 싶다는 소망을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다.

잔달리는 2005년쯤 잡스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듣고 “충격이었다”고 회상하며, 그 후 애플의 신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잡스의 연설 장면 등을 온라인으로 지켜보게 됐다고 말했다.

별다른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잔달리는 잡스의 건강이 나쁘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해부터 주기적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메일은 “생일을 축하한다”, “건강을 빨리 회복하길 빈다” 등의 간단한 내용이었으며, 두 번의 짧은 답장을 받았다. 잡스는 사망 6주 전 “감사합니다”라고 잔달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잔달리는 자신을 “애플의 얼리 어답터(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써 보는 사람)”라고 소개하며, 애플의 모든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이폰을 들어 보이며 “잡스는 천재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잔달리는 위스콘신대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 잡스의 어머니 조앤 심슨을 만났다. 심슨은 1954년 잡스를 임신했지만 잔달리와의 결혼을 허락하지 않은 부모 때문에 다음해에 태어난 잡스를 입양시켰다.

김채연 기자 w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