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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영화’ 만든 감독에게 바치는 영상

휴고
공상과학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달나라 여행’ 1902년 제작
조르주 멜리에스에 대한 헌사… 첨단 3D기술로 응축 담아내

브라이언 셀즈닉의 명작 그림책 ‘위고 카브레’를 원작으로 한 ‘휴고’는 가족영화라기보다는 한 예술가에 대한 헌사이자 존경을 담은 작품이다.

딸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며 ‘휴고’에 대한 확신이 생긴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자신이 직접 느낀 감동을 스크린에 생생하게 담아내기 위해 처음으로 3D에 도전했다. 기존에 그의 영화가 성인 관객만을 대상으로 했던 것에 반해 ‘휴고’는 누구나 아름다운 상상과 환상적인 연기 모두를 즐길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소 복잡한 편인 데다 영화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어린 관객이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을 듯싶다.

어린이가 주인공이고 3D영화라고 해서 컴퓨터그래픽 기술과 결합한 판타지 모험물을 기대하는 가족관객이라면 실망할 수 있다. 다만, 영화를 공부하는 영화학도나 영화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고전영화의 향취와 당대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동시에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는 소년 휴고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단순히 소년의 희망찬 여정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다. 사실은 영화산업 초창기 한 예술가의 삶을 조명하고 있다. 영화 속 장난감 가게 주인으로 등장하는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이다. 최초의 영화로 알려져 있는 뤼미에르 형제의 ‘기차의 도착’이 단순히 움직이는 영상을 담아낸 것이라면, 1902년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이 선을 보인 ‘달나라 여행’은 내러티브가 포함된 최초의 극영화에 해당한다. 조르주 멜리에스는 진정한 의미에서 최초로 영화를 만든 감독인 셈이다. 그는 뤼미에르 형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영화의 극적인 요소, 편집과 기교 등을 사용해 영화가 단지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허구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해 보였다. ‘달나라 여행’은 최초로 특수효과를 선보인 작품이며 공상과학영화의 효시로 꼽힌다. 

스콜세지 감독은 영화사의 첫 페이지를 장식한 조르주 멜리에스 감독에 대한 오마주(존경의 표시)를 21세기 첨단 3D 기술을 응축해 이 영화에 오롯이 담아냈다. 그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영화기법 대부분이 조르주 멜리에스가 만든 것들”이라며 “우리가 지금 컴퓨터와 블루스크린을 통해 진행하는 디지털 작업을 멜리에스는 이미 100년 전 카메라와 스튜디오만 가지고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휴고(아사 버터필드)란 이름의 열두 살 소년은 시계수리 기술자인 아버지(주드 로)를 갑작스러운 사고로 잃고 세상에 홀로 남는다. 그런 휴고를 삼촌이 데려와 자기가 일하는 기차역 시계탑에 살게 하고 시계 관리일도 맡긴다. 고아원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시계탑 속에 숨어 외롭게 지내던 휴고는 어느 날 인형부품을 훔쳤다는 이유로 장난감 가게 주인 조르주(벤 킹슬리)에게 아버지 유품인 수첩을 뺏긴다. 수첩에는 아버지가 박물관에서 가져온 신비로운 자동인형 설계도가 담겨 있다. 휴고는 자동인형에 아버지가 무언가 메시지를 남겼을 거라 생각하고 수첩을 찾아 인형을 고치기 위해 조르주의 양손녀인 이자벨(클로이 모레츠)에게 도움을 청한다. 이후 영화는 주인공인 소년의 눈을 통해 멜리에스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 숨은 비밀을 좇는 모험처럼 펼쳐진다.

스크린에 3D로 구현된 1931년 프랑스 파리의 기차역 풍경도 돋보인다. 특히 파리의 풍경에서 기차역, 시계탑, 시계 속 휴고의 얼굴로 이어지는 첫 장면과 기차역의 수많은 사람 사이를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다음 장면의 시퀀스는 공간의 깊이와 입체감을 극대화한다. 시계탑과 기차역은 클래식하면서도 환상적인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그려졌다. 또 멜리에스가 만든 영화 제작 스튜디오의 전경, 마술과도 같은 기발한 제작방식을 되살려낸 장면도 이 영화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볼거리다.

영화 ‘휴고’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코닥극장에서 열린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미술상, 음향편집상, 음향상, 시각효과상 등 5개 부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상영시간 125분. 전체관람가.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