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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JIFF] ‘파닥파닥’ 이대희 감독 “횟집서 일하며 시나리오 집필”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된 애니메이션 영화 ‘파닥파닥’(감독 이대희)의 기자회견이 28일 전주 완산구 전주영화제작소 내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파닥파닥’은 지난 2007년 기획돼 5년 만에 선보이는 애니메이션으로, 지난해 ‘마당을 나온 암탉’(감독 오성윤)의 성공에 이을 또 하나의 국산 애니메이션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영화는 횟집 수족관에 갇힌 고등어 ‘파닥’의 필사의 탈출기를 그린다. 고등어, 넙치, 농어 등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생선들을 만화 캐릭터로 옮겨와 정감어린 영상을 선보이며, 실사 못지 않은 사실적인 영상 중간중간 뮤지컬 형식을 차용해 애니메이션 특유의 보는 재미에 이어 듣는 즐거움까지 제공한다.

다음은 ‘파닥파닥’을 연출한 이대희 감독과의 일문일답.

-  횟집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을 구상하게 된 계기.

▲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물고기들이 ‘파닥파닥’ 거리는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애니메이션 연출을 하기 전,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했었다. 어느 날 길을 지나가다 횟집 수족관에서 움직이는 물고기들을 보며 ‘나처럼 답답하겠다. 탈출하고 싶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은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욕구들을 물고기들의 ‘파닥파닥’ 움직임을 통해 전달하고 싶었다.

- 물고기들의 표정을 위해 특별히 참고한 자료가 있다고 들었다.

▲ 생선들이 머리만 나오는 표정연기 부분이 있다. 한국 연기자들의 스타일을 많이 참고했다. 특히 넙치가 눈 찡그리는 장면은 ‘살인의 추억’ 김상경씨의 표정을 참고했다. 눈이 떨리고 동공이 흔들리는 장면 등 감정표현이 중요한 장면에서는 드라마나 영화들을 보며 배우들의 표정을 캡쳐해 연구했다.

- 작품 때문에 횟집에 위장취업했었다?

▲ 횟집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다. 지난 2007년 직장을 그만두고 시나리오를 쓸 당시 생계 때문에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다. 이왕 하는 건데 각본에 도움되는 일을 알아보자고 생각해서 횟집에 취업했다. 횟집에서 겪었던 몇몇 에피소드들을 영화에 녹여내기도 했다.

- 주인공 생선들의 성격은 어떻게 정했나.

▲ 주변 횟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고등어 우럭 농어 등의 행동을 관찰했고, 이런저런 정보들을 캐내다 보니 쉽게 정할 수 있었다. 고등어는 횟집에 처음 왔을 때 코가 멍이 들어있는 경우가 많다. 무조건 직진하는 성격에다, 성질이 급해 좁은 데 갖혀있으면 금방 죽기도 한다. 수족관 속 넙치는 가만히 눈만 굴리고 있다. ‘쟤는 무슨 생각을 할까’ 여러 이야기가 연상되더라. 놀래미는 멍청하다. 횟집에서 심심할 때 낚시를 해보면 꼭 다시 잡히는 물고기가 놀래미다. 잡은 뒤 놔줘도 또 낚이는 아둔한 캐릭터다.

- 극중 뮤지컬 형식을 삽입한 이유.

▲ 영화 안에 여러 뮤직비디오를 삽입한 느낌을 주도록 했다. 영화의 배경이 횟집 수족관이다 보니 답답한 공간만 등장하는데, 관객들의 시선을 좀 트여주고 싶었다. 물고기들이 처한 현실이 무척 사실적이고 살벌한데, 이미지적인 면에서 강한 대비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뮤지컬 장면에서는 원색을 많이 사용했고, 평상시 장면은 마치 수용소에 있는 것처럼 칙칙하게 콘셉트를 잡았다.

- 퇴사 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해 처음 만든 작품이 ‘파닥파닥’이라고 들었다. 향후 계획은.

▲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계속 만들어 제작 노하우를 축적할 생각이다. 이미 다음 작품 라인업이 끝났고, 프리 프로덕션(사전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그런데 ‘파닥파닥’의 결과가 좋아야 다음 작품 제작 여부도 결정될 것 같다. 올 여름 극장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린다.(웃음)

전주=현화영 기자 h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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