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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경 억류 이민자 아이 또 숨졌지만… 꿈쩍않는 트럼프

행정부, 강경 ‘反이민정책’ 고수 / 트럼프 “장벽 없인 범죄 차단 못해 / 장벽예산 못 얻으면 셧다운 계속” / 12월 두번째 사망에 민주 등 맹공 / “트럼프 ‘셧다운 전략’ 포기해야” / ICE, 불법이민 280명 석방에도 / 지역사회 등 통보 안 해 비판 일어

입력 2018-12-26 17:19:21, 수정 2018-12-26 21:50:24

세계 곳곳에서 성탄 전야 미사와 예배가 진행되던 순간 미국 국경순찰대에 구금돼 있던 과테말라 출신 8세 소년은 감기와 고열에 시달리다 숨을 거뒀다.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국경장벽 예산이 의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숨진 과테말라 여아 장례식 크리스마스인 25일(현지시간) 과테말라 락스루아에서 치러진 이곳 출신 7살 소녀 재클린 카알의 장례식에서 한 소년이 카알의 사진을 들고 관에 앞서 걷고 있다. 카알은 아버지와 함께 3000㎞ 이상을 여행하면서 멕시코-미국 국경을 넘었지만 이달 초 미국 국경순찰대에 붙잡혔고, 구금된 지 이틀 만에 탈수증과 쇼크증세로 숨졌다.
락스루아=AFP연합뉴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에 구금 중이던 이 소년이 25일(현지시간) 미 뉴멕시코주 앨라모고도의 ‘제럴드 챔피언’ 지역의료 센터에서 숨졌다고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은 밝혔다. 소년은 전날 감기와 고열로 보호자인 아버지와 함께 이 의료센터로 옮겨져 치료받고 일단 퇴원했다. 하지만 저녁에 상태가 나빠져 다시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몇 시간 만에 사망했다. 사망 시점은 0시를 막 넘겼을 때였다고 CBP는 설명했다.

숨진 소년과 아버지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부자는 지난 18일 미국 텍사스주 엘패소를 통해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었으며, 지난 23일 앨라모고도 국경순찰대 시설에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경지대에 구금돼 있던 불법이민자 아동이 숨진 것은 이달 들어서만 두 번째다. 앞서 이달 초 과테말라 출신 7세 소녀도 억류 도중 탈수증과 쇼크증세로 숨진 바 있다. 이 소녀의 장례식은 크리스마스인 25일 과테말라의 고향에서 치러졌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23일 구금 중이던 불법 이민자 210여명을 엘패소 시내에서 석방한 데 이어 이튿날에도 약 60여명을 풀어줬다. 26일까지 추가 석방이 이뤄질 경우 석방자가 500명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불법 입국자들은 일시적으로 CBP 시설에 머물다가 석방되거나 ICE의 장기구금 시설로 이동하게 된다.

그런데 ICE가 이번에 불법 이민자들을 석방하면서 지역사회나 봉사단체 등에 사전 통보하지 않아 비판이 제기됐다고 CBS방송은 전했다. ‘희망국경연구소’의 딜런 코빗 국장은 CNN에 “ICE가 전형적으로 하던 방식과 달라 약간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미국 국경지대에 억류된 불법 이민자 아이들이 잇따라 숨지자 야당인 민주당과 이민 찬성자들은 트럼프정부의 강경 반이민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 비싼 세금이 들어가는 국경장벽에 대한 투표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전략’을 포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설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연방정부가 언제 문을 열지는 말하지 못하지만, 우리가 멕시코 국경장벽을 갖지 않으면 문이 열리지 않는다는 것은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벽 없이는 마약과 인신매매 범죄를 차단할 수 없다”며 “(셧다운으로 일시 해고 상태가 된) 많은 공무원이 장벽 건설 자금을 얻기 전까지는 (셧다운을) 계속하라고 나에게 말한다”고 주장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