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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고용률 낮은 게 남성탓? "고되고 힘든 현장 한번 가보고 탓하세요!"

20대 여성 '개인주의''페미니즘'으로 무장한 이기적인 집단? / "권리 당연! 의무 글쎄?"…'뷔페미니즘' 논란 활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가 ‘20대 남성지지율 하락요인 분석 및 대응방안’ 현안보고서를 작성하면서 "20대 여성은 민주화 이후 개인주의, 페미니즘 등의 가치로 무장한 새로운 ‘집단이기주의’ 감성의 진보집단으로 급부상했다는 표현을 했다"고 최근 한겨레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20대 남성의 지지율 하락 국면에 대응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는 지지율 하락을 젠더(성) 및 세대 갈등, 개인주의 확산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보고서는 20대 남성 지지율 하락의 책임을 페미니즘 운동이나 성평등 정책에서 찾고 있다. 여성을 ‘집단이기주의’로, 지난해 불법촬영·편파수사 규탄 시위(혜화역 집회)를 '정치 세력화한 여성집단'으로 표현하는 등 논란을 일으킬 내용이 일부 포함됐다고 한겨레는 지적했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임을 강조하는 페미니즘 편향적 교육 내용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라고 명시한 부분도 ‘스쿨 미투’가 계속되고 성평등 교육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페미니즘이 남성과 여성을 가해자, 피해자로 대립시키는 것으로 인식해 문제라는 것이다.

현 정부의 정책이 '친여성주의'에 편향돼 있다고 반복적으로 짚은 부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 보고서는 20대 남성이 느끼는 역차별·박탈감의 요인으로 “성별 할당제·가산제 등 민주화 이후 지속적으로 강화된 여성 편익 친화적 정부정책에 기인한다고 믿는”다고 밝히고 있다.

차별을 해소하는 정책을 두고 마치 성별 대립으로 어느 한쪽이 편익을 취한다는 관점으로 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담겼다.

기획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보고서는) 해당 분과에서 올해 초부터 두달여간 토론한 결과로 정해구 위원장 보고용으로 작성된 문서”라며 “기획위 분과 사이에 의견 조율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은 “보고서가 확정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한겨레에 해명했다.

그렇다면 이 시대 20대 남성들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을까.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고용률 및 실업률은 10년간(2008~2017년) 별로 개선되지 않았거나 되레 악화했다. 특히 24~29세의 고용률은 2008년 70.7%에서 2017년 67.9%로 하락했다.

20대 남녀를 통틀어 가장 큰 고용지표 악화를 보여준다. 실업률의 증가폭도 가장 커서 2008년 7.5%이던 실업률은 2017년 11.6%였다. 2017년의 경우 20대 전반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보다 높다.

20대 후반에서 여성의 고용률이 남성을 앞지른 것은 2017년이 처음이었지만, 30대로 넘어가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30~34세 남성의 2017년 고용률은 87.3%에 달했고, 같은 나이대의 여성은 10년 전보다 9.1%포인트 올라 61%였다. 15~29세에서 여성이 3.9%포인트 높은 것에 비하면 엄청난 차이로 역전된 것이다.

최태섭 문화비평가는 지난달 27일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서 "핵심은 이것이다. 20대 남성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가 있다. 그렇다면 논의는 이 어려움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대 남성을 위한다는 이들도 심지어 스스로 당사자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여성이나 사회적 소수자 탓을 하거나, 페미니즘 탓을 한다"며 "이들에게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궁금하다. 의미 없는 갈등과 혐오를 조장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의지밖에는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와중에도 힘없고 가난하고 위험에 노출된 남성들은 페미니스트 반대주의자들의 분탕질 소재로나 동원될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