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싫다”… 세계 각국서 반중(反中) 감정 ‘최고조’ 세계 갈등사 중심에 선 中 입력 2020-07-31 16:29:37, 수정 2020-08-01 18:21:08
세계 각국에서 중국에 대한 반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연일 중국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비롯해 그 뒤를 따르는 일본, 최근 국경을 두고 무력충돌한 인도,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시행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홍콩, 자주독립을 외치는 대만 등 중국은 세계 갈등사에 중심이 되고 있다.
◆미국인 4명 중 3명 “중국 싫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 책임론과 홍콩·신장 등 인권 문제, 무역갈등, 영사관 폐쇄 등 중국에 대한 반감이 최근 심각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설문 결과 중국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미국인은 73%에 달했다. 이는 이 기관이 해당 문항에 대해 설문 조사한 15년 이래 최고치다. 중국에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변한 사람 역시 사상 최고인 42%로 지난해 봄(23%)의 2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퓨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64%는 중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잘못했다고 봤다. 응답자의 78%는 바이러스가 우한 밖으로 퍼져 세계로 확산한 것이 중국 정부 탓이라고 여겼다. 국제 문제에서 중국 지도자 시진핑 주석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은 77%에 이르렀는데 이 수치는 지난해보다 27% 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미국이 중국의 인권 침해에 강하게 대응하는 것을 지지했다. 퓨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73%의 미국인은 미국이 경제 관계 악화를 무릅쓰고서라도 중국 내 인권 신장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공화당원은 민주당원보다 중국에 대해 훨씬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미국 눈치가 보여서…시진핑 방일 무산 가능성
일본에서는 올해 예정됐던 시진핑 주석의 국빈 방문이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익명의 일본 외교소식통이 홍콩 문제에 대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근 입장 변화와 일본 내 반중국 여론 고조 등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최근 전했다.
당초 지난 4월로 예정됐던 시 주석의 방일이 연기된 것은 코로나19 확산 여파였지만, 지금은 중국의 홍콩보안법 제정, 미국과의 갈등 등이 변수로 부상했다. 앞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시 주석의 방일 시기가 11월 이후가 될 것으로 전망했고,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매체는 연내 방일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특히 미·중 갈등이 고조된 만큼 일본 입장에서는 최대 동맹국인 미국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소식통은 “최근의 홍콩 문제, 코로나19 확산,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戰狼·늑대 전사)’ 외교,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 (영유권 분쟁) 문제 등이 모두 중국에 대한 일본 내 부정적인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본으로서는 시 주석 방문을 환영하기에 시기적으로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SCMP는 홍콩보안법 문제 제기에 적극적인 아베 총리의 최근 입장 변화를 두고 중국 일각에서 양국 해빙기가 끝난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류장융 칭화대 교수는 “일본이 미국 입장에 맞춰 대중국 정책을 조정하고 있다”면서 “지난 2년간 중일 관계가 발전하고 일본이 중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했지만, 일본으로서는 안보 고려가 더 중요하고 미일 관계가 여전히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전개는 우려스럽다”면서 “미국이 중국을 집단공격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결집하는 만큼 일본은 자연스럽게 미국을 따르고 대중국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내부서 분투하는 반중 인사들
홍콩보안법으로 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홍콩에서는 오는 9월 입법회 선거에 출마할 야권 단일후보를 정하는 예비선거에서 조슈아 웡 등 반중 성향이 강한 젊은 후보들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SCMP 등에 따르면 지난달 11일부터 12일까지 홍콩 곳곳에 세워진 투표소 내 현장 투표와 모바일 투표를 통해 치러진 이번 예비선거 결과 민주당, 공민당 등 홍콩의 전통 야당이 아닌 ‘본토(本土)파’로 불리는 반중 성향이 강한 젊은 후보들이 선전했다. 본토파는 홍콩인이 태어난 땅(본토)인 홍콩의 자치를 중요시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산 혁명’의 주역 웡은 이번 예비선거에서 카오룽이스트 지역에 나서 당당히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주도한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 대표는 카오룽웨스트 지역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콩보안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의 지지를 받는 티파니 웬은 홍콩섬 지역 예비경선에서 2위에 올랐다. 반면 홍콩 최대 야당인 민주당의 현역 의원인 헬레나 웡은 카오룽웨스트 지역에서 7위에 그치는 등 이번 예비경선에서 전통 야당 출신 후보들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처럼 지난해 홍콩 시위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반중 성향의 젊은 후보들이 약진한 것은 지난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홍콩보안법에 대한 홍콩인들의 반감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기세를 몰아 홍콩 민주파 진영은 9월 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총 70석 입법회 의석 중 과반수를 차지하자는 ‘35-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야권 예비선거의 흥행 돌풍과 반중 후보의 약진에 당황한 친중파 진영은 예비선거가 홍콩보안법 위반이라며 공세에 나섰다.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홍콩 정부의 모든 정책을 거부하자는 목적을 지닌 ‘35-플러스’ 캠페인은 홍콩보안법이 범죄 행위로 규정한 4가지 중 하나인 국가정권 전복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홍콩보안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나는 이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도 이번 예비선거를 주도한 베니 타이 홍콩대 교수를 맹비난하면서 홍콩보안법 위반을 거론했다. 중련판은 “베니 타이와 야권은 입법회를 장악하고 정부 예산안을 거부해 정부를 마비시키고 국가정권을 전복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홍콩보안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면서 “이들은 홍콩의 권력을 탈취하려고 한다는 점에서 홍콩판 ‘색깔 혁명’을 추구한다”고 비난했다. 이어 야권의 예비선거가 방대한 규모의 유권자 정보를 모을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개인정보 보호법과 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나지 않은 인도와 중국의 국경 충돌
중국과 국경 분쟁 중인 인도 역시 반감이 크다. 인도인들 사이에서는 이번 국경 충돌을 계기로 아예 중국산을 멀리하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전인도무역협회(CAIT)는 지난달 10일부터 중국 제품 보이콧 캠페인 ‘인도 상품-우리의 자존심’을 시작했다. CAIT는 캠페인에서 중국에서 수입하는 상품 중 인도산으로 대체 가능한 제품 3000개를 제시했다. CAIT는 “2021년까지 중국산 수입 규모를 130억달러가량 줄이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중국산 불매 움직임이 거세다. 일반 시민에 연예인과 정치인까지 가세해 온라인에 ‘중국산 제품을 사지 말자’는 글과 관련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력 언론사인 인디아TV는 용을 탄 시 주석이 코끼리와 사자를 동원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에게 수모를 당하는 풍자 애니메이션까지 내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한 인도 정보기술(IT)업체가 스마트 기기 내의 중국산 앱을 골라서 삭제해주는 앱까지 개발하기도 했다. ‘리무브 차이나 앱스’라는 이름의 이 앱은 지난달 말 출시 후 500만회 넘게 다운로드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지만, 구글의 정책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퇴출당했다.
인도 내 반중 감정 정서는 지난달 초 분쟁지 라다크 지역에서 인도군과 중국군이 난투극을 벌이며 충돌하면서 본격화했다. 앞서 인도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이 파키스탄,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 등 ‘인도의 앞마당’으로 세력을 확장하자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왔다.
◆총통이 앞장서 ‘중국으로부터 자립’ 외치는 대만
지난 1월 역대 최고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가 계속 멀어지면서 대만의 정치 지형은 ‘친중’ 진영 정치인들에게 더욱 불리하게 변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독립 지향 세력인 민진당의 정치 세력이 공고화함에 따라 인내심이 바닥에 달한 중국 정부가 무력 통일 가능성을 수시로 경고하는 가운데 대만에서는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반중 정서가 더욱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대만 중앙연구원이 지난 4월 1083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중국 정부는 대만의 친구가 아니다”라는 응답은 7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