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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집회 자제해달라는 김종인에 전광훈 지지세력 “주제넘는 얘기” 강행 예고

8·15집회 비대위 측 “야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일하고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다음달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에도 집회를 예정대로 열겠다는 방침/

지난 8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8·15 집회 참가자들이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의 보석을 취소한 법원의 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천절에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는 보수단체인 8·15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자제해달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주제넘은 얘기”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8·15집회 비대위는 최근 법원의 보석 취소 결정으로 재수감된 서울 성북고 소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담임 목사의 지지세력이다.

 

비대위 측은 10일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측을 겨냥해 “야당이 야당으로서 국민을 대신해 일하고 존재감을 드러냈으면 이런 일(개천절 집회)은 없었을 것”이라고 일갈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야당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도 예상하지 못할 만큼 엄청나게 많은 국민이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온 것”이라고 개천절 집회도 강행할 방침임을 시사했다.

 

비대위 측은 김창룡 경찰청장과 박규석 서울 종로서장, 종로서 경비과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측은 광복절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집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경찰들이 차벽을 세우고 참가자들을 몰아넣어 감염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 측은 “직권남용죄, 강요죄, 집회방해죄, 직무유기죄(감염병예방법 위반)로 고발한다”며 “당시 경찰 9500명이 동원돼서 차벽을 세워 참가자들을 숨도 못 쉬게 밀착시켰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방역이 목적이고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생각했다면 그렇게 진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측은 11일 오후 2시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 뒤 고발장을 접수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내달 3일 개천절과 9일 한글날에도 집회를 예정대로 열겠다는 방침이다. 

 

최인식 비대위 사무총장은 “우리가 정부에 요구하는 건 법과 원칙에 따라 방역에 도움이 되는 집회를 할 수 있도록 메뉴얼을 달라는 것”이라며 “계속 해오던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해 버릴 게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자유에 따라 법을 지켜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당국에서는 빨리 합법적으로 집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 지침을 주길 바란다”며 “그렇지 않다면 ‘코로나 계엄’을 이용한 ‘정치방역’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의 개천절 집회 2주 전 신고할 방침이다. 앞서 경찰은 개천절 모든 집회에 금지통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이에 최 사무총장은 “일단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넣을 예정”이라며 “만일 법원에서도 금지한다면 가능한 합법적인 방안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코로나계엄철폐 비대위와 자유책임, 대한민국살리기운동본부 등 다른 보수단체와 협의하기로 했다고도 전했다.

 

경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천절과 한글날에 서울 도심집회를 신고한 단체에 모두 금지통고를 내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시는 도심 10인 이상 집회를 금지하고 있으며 중구 등 일부지역에선 모든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내달 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는 7곳으로, 집회 18건이 접수됐다.

 

자유연대가 광화문 KT빌딩 앞, 소녀상 인근, 교보빌딩 앞, 경복궁역 일대에서 4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다.

 

천만인무죄석방본부는 세종로소공원, 효자치안센터, 을지로입구역·서울역·강남역 인근에서 4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갖는다고 밝혔다.

 

국가비상대책국민위원회는 시청역에서 대한문, 영국대사관 일대에서 2000여명 규모로 집회를 열고 박근혜대통령구국총연맹이 보신각 앞 인도에서 300여명이 모이는 집회를 연다고 신고했다.

 

이 밖에도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이 소녀상 인근에서 10여명 규모의 집회를 열고 민중민주당은 광화문 KT빌딩 앞에서 100여명이 모이기로 했다.

 

앞서 경찰은 개천절인 다음달 3일로 신고된 10인 이상 참가 예정 70건의 집회에 대해서도 금지 통고를 내렸다. 예고된 70건 중 33건은 종로, 중구, 서초 등 서울 도심권에 신고된 집회다.

 

이중 자유연대의 경우 3일 서울 종로구 일대 7곳에 총 1만2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으며, 천만인무죄석방본부도 서울 서초구와 중구에 각각 3만명 규모의 집회를 개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마스크를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앞서 김 위원장은 이날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 이 순간, 부디 여러분이 집회를 미루고 국민과 함께해 주시기를 두 손 모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러분의 절제 있는 분노가 오히려 더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아 국민 속에서 익어갈 것을 확신한다. 추석과 개천절에는 정부의 방역 정책을 준수해달라”고 거듭 부탁했다.

 

한편 경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 취지로 모든 집회에 금지 통고를 내리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내달 9일 서울 도심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단체는 7곳으로, 집회 18건이 접수됐다.

 

자유연대가 광화문 KT빌딩 앞, 소녀상 인근, 교보빌딩 앞, 경복궁역 일대에서 4000여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다.

 

양다훈 기자 yangb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