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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현의세상속물리이야기] 에너지 보존법칙과 선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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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28 23:43:34 수정 : 2018-06-28 16:5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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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형성의 단초 되는 물의 ‘잠열’ / 선풍기는 신체 열 빼앗아 ‘냉각효과’
폭염과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서 선풍기를 꺼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선풍기는 어떤 원리로 우리에게 시원함을 주는 것일까. 선풍기의 냉각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선 물질의 상태 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얼음이 물로,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과정을 보자. 얼음은 물분자들이 결합을 통해 단단히 묶여 있는 고체다. 이 결합을 깨뜨리며 물분자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0도의 얼음을 0도의 물로 바꾸려면 1g당 80㎈의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거꾸로 0도에서 물이 얼음이 될 때는 동일한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처럼 물질의 상태가 바뀔 때 출입하는 에너지를 잠열(숨은열)이라 한다.

제한된 부피에서 서로를 헤치며 돌아다니는 물을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수증기로 바꾸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100도에서 액체인 물을 기체 상태의 수증기로 바꾸려면 1g당 540㎈의 에너지를 공급해야 한다. 열대 지방의 따뜻한 바닷물이 수증기로 바뀌며 잠열을 품고 올라간 습한 공기는 차가운 상층부에서 다시 물방울로 응결되며 막대한 잠열을 내놓는다. 이 에너지가 바로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엄청난 위력과 파괴력의 원동력이다.

태풍 형성의 단초가 되는 물의 잠열에 선풍기 냉각 효과의 비밀이 숨어 있다. 사람의 체온 조절은 물이 주성분인 땀을 통해 이뤄진다. 땀샘에서 분비된 땀이 증발할 때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피부의 열을 빼앗아 체온이 떨어진다. 선풍기의 바람은 땀의 증발을 효율적으로 일어나게 함으로써 신체의 열을 신속히 앗아간다. 그렇지만 습한 날에는 땀의 증발이 원활하지 않기에 선풍기의 효과는 떨어지게 된다.

최근 선풍기의 방향을 창문 밖으로 향하게 하거나 모터 부위에 알루미늄 캔을 부착해 방 안의 온도를 떨어뜨렸다는 실험 결과들이 보도된 적이 있다.

그런데 선풍기는 방 안의 공기를 냉각시키는 게 아니라 피부 위 땀의 증발을 유도해 신체의 온도를 낮추고 이로 인해 시원함을 느끼게 해 주는 장치다. 선풍기를 장시간 틀어 놓으면 모터에서 나오는 열로 인해 방 안의 온도가 오히려 올라간다.

선풍기의 방향을 창문으로 향하게 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방 안이 밖보다 더 덥다면 더운 공기를 밖으로 내보냄으로써 방 안의 온도를 낮출 수 있다. 그렇지만 방 안이 밖보다 더 시원하다면 이 방법은 역효과를 일으킬 것이다.

선풍기를 계속 틀어 놓으면 뒤의 모터에서 열이 많이 나고 그 주위 공기가 뜨거워지면서 선풍기의 팬을 타고 불어오기에 바람이 미지근해질 수 있다. 모터 부위에 알루미늄 캔을 부착하면 열전도율이 높은 알루미늄이 모터의 열을 주변으로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며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의 온도가 올라가는 걸 방지해 준다. 그러나 모터에서 나오는 열도 캔을 통해 실내에 균일하게 퍼질 테니 실내 온도는 결국 조금이라도 올라갈 것이다.

에너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한 지점에서 빼낸 에너지는 다른 곳에 자리 잡기 마련이다. 전기에너지를 쓰는 선풍기 바람의 순환만으로 방안의 온도를 낮출 수는 없다. 에너지 보존법칙은 모든 에너지 순환의 기본 원리다.

고재현 한림대 교수·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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