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5개월 만인 어제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방한 중인 캄보디아 훈 마넷 총리 내외와의 오찬에서다. 김 여사의 등장 자체가 뉴스가 되는 비정상적 상황을 언제까지 이어가야 하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수사만이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을 해소하는 해법일 것이다.
김 여사는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의 네덜란드 순방에 동행했다가 귀국한 뒤 5개월 넘게 공개 일정을 소화하지 않았다. 영부인 신분으로 최재영 목사한테서 고가의 명품백을 선물로 받았다는 언론 보도에 따른 파장 탓일 게다. 외교 관례상 양자 정상회담이나 다자 정상회의가 열리면 정상들 배우자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 국가원수나 행정부 수반 부부를 윤 대통령 혼자 맞이한 사례가 여럿 있었고 그때마다 ‘결례’ 논란이 일었다. 김 여사가 각종 외교 행사에서 윤 대통령과 함께하지 못한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하겠다.
명품백 수수 등 김 여사를 둘러싼 의혹들은 현재 서울중앙지검이 수사 중이다. 법리적으로 그리 복잡해 보이지 않는 사안을 검찰이 차일피일 시간만 끌어 왔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어제 첫 출근길에 김 여사 관련 의혹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제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사건 실체를) 빠르게 파악해서 수사에 필요한 충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을 윤 대통령과 가까운 ‘친윤(친윤석열) 검사’로 보는 시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 지검장은 이 말이 허언이 되지 않도록 직을 걸고 반드시 약속을 지키길 바란다.
지난주 이 지검장을 비롯해 고검장·검사장에 대해 전격 단행된 검찰 인사는 ‘김 여사 방탄용’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기존 수사 지휘부를 싹 물갈이해서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실이 인선을 주도하고 이원석 검찰총장은 ‘패싱’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어제 “인사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인사한 것”이라며 “검찰총장과 협의를 다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 시기나 내용으로 볼 때 대통령실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는다. 조만간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등 후속 인사에서 남은 수사진마저 교체된다면 파문은 더욱 확산할 것이다. 자칫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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