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표는 지난 3일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기자회견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당·청을 분리해 (당·청이) 따로 놀아 국정이 파탄 나고 중요한 정책을 입안하지 못했다”면서 “지금 당헌·당규는 10년간 야당하면서 대통령이 존재하지 않을 때 만든 것인데, 여당이 됐기 때문에 당·청 관계가 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정·청 일체화를 위해 당헌·당규에 규정된 ‘당권과 대권 분리’ 조항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4일 이와 관련해 “현행 당헌·당규에 ‘당권·대권 분리’ 규정은 없다”면서 “대선 후보가 당직을 사퇴해야 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현행 당헌 7조는 “대통령에 당선된 당원은 임기 동안에는 명예직 이외의 당직을 겸임할 수 없다”고 대통령의 당직 겸임을 금지하고 있다. 당내에선 이 조항이 ‘당권과 대권 분리’로 받아들여졌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해 대선 직후에도 “여당에서 당권과 대권을 구분할 일이 없다”며 당권과 대권 통합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친박(친박근혜) 측과 정몽준 최고위원 측은 반발했다. 이들은 박 대표가 ‘당·청 일치’를 주장하고 나서자 당이 제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청와대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대통령 친정체제 구축 시도라는 의구심이 깔려 있다.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당에 대해서 감놔라, 배놔라 하면은 민심 수렴을 제대로 할 수 없다”면서 “당권, 대권 분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친박계 이정현 의원도 “대통령이 당의 공천권, 인사권, 운영권을 다 장악했을 때 대통령에게도,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백해무익하고 역풍만 거셀 것”이라며 “이 논쟁은 사실상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할 금기사안이며, 곧바로 제왕적 대통령제 부활 논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최고위원도 이날 “국회가 행정부의 시녀가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당은 정부에 협력하면서도 견제를 해야 한다”면서 “여당이 ‘독립적 여당’의 역할을 다한 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한 당헌·당규 개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정 최고위원 측 관계자는 “당이 청와대 눈치만 보고 민심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국정 위기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당·청은 건전한 견제관계가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 측은 이 같은 반발 기류가 감지되자 “당헌·당규 개정은 당·청의 협력관계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지 당이 무조건 청와대를 따르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당내 의견 수렴절차를 거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설왕설래] 월드컵 흥행 ‘빨간불’](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8/128/20260608518137.jpg
)
![[조남규칼럼] “정치는 국민보다 半步만 앞서야”](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8/128/20260608518122.jpg
)
![[기자가만난세상] ‘재선거’와 ‘부정선거’는 다르다](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8/128/20260608518112.jpg
)
![[김태웅의역사산책] 소설가 한용운을 아십니까](http://img.segye.com/content/image/2026/06/08/128/20260608517974.jp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