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비무장 여성 관광객이 북측 초병의 총격에 사망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사건 실체에 접근할 길이 차단돼 있는 만큼 CCTV에 어떤 내용이 기록돼 있느냐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크게 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CCTV 왜 설치했을까 = 해수욕장 넘어 북측 지역인 장전항은 군사시설이 다수 포진한 곳으로 남측 관광객들의 출입을 통제할만한 인원이나 시설이 경계선 부근에 없어 많은 의아함을 불러 일으켰다.
이 곳에는 항구로 접근하는 선박을 공격하기 위한 북측의 방사포와 해안포가 설치돼 있고 남측 관광객을 태운 선박이 접안했던 장전항 부두 인근에는 한때 유고급(70t) 잠수정 기지가 위치하기도 했다.
육로 관광이 개시되기 이전에 배로 금강산에 다녀왔던 다수의 관광객들이 장전항 인근에서 북측 군함을 목격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곳이 비롯 관광특구로 지정된 곳이지만 보안에 민감한 북측이 출입금지 펜스 인근에 아무런 감시시설이나 장비를 설치하지 않은 점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
북측이 금강산 관광을 개방한 목적에 대해 '세계의 명승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 모두가 와보게 해 조선민족된 긍지를 가슴 뿌듯이 느끼게 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표방한 점을 감안하면 북측 감시초소나 인원을 노출시켜 남측 관광객에게 '불안감'을 조성하기 보다는 이 CCTV란 간접적 수단으로 경계선 감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CTV 작동시 확인될만한 사항들 = CCTV가 경계감시용 장비로서 가동됐다면 촬영 범위는 관광지역인 금강산 해수욕장과 북한 군사지역을 가르는 경계선, 즉 녹색 철제펜스 부근을 포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박씨가 해수욕장에서 북측 영내로 넘어가는 장면도 카메라에 잡혔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피살 사건을 두고 가장 의문시되는 대목은 박씨의 이동 속도이다.
치마 차림의 중년 여성인데도 어떻게 성인 남성의 조깅 속도로 해수욕장에서 군사경계선을 넘어 초소 부근까지 갔다가 피격 지점까지 돌아올 수 있었겠느냐는 점이다.
현재 북측이 밝힌 사건 발생시점은 오전 4시50분. CCTV로 박씨의 월경 시점을 알 수 있다면 중년 여성의 평균 보행속도를 감안해 북한 초병이 걸어오는 박씨를 최초로 맞닥뜨린 시점과 장소를 추론할 수 있다.
추론된 데이터를 통해 박씨가 시신 발견 지점에서 1㎞나 더 깊숙이 영내로 진입했다가 도망쳤다는 북측 주장의 진위를 가려볼 수 있는 것이다.
아울러 피격 예상지점과 소총 유효사정 거리 등을 분석하면 초병이 초소에서 근무수칙에 따라 총을 쐈는지, 초소에서 나와 자의적 판단에 따라 내지 우발적으로 격발을 했는지 등의 정황도 짚어볼 볼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북측이 과잉대응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줄만한 정황이 발견될 수 있는 만큼 남북간 책임 공방 양상에서 `무게 이동'을 발생시킬 수도 있어 보인다.
이 밖에도 박씨가 평범한 여성 관광객이었다는 점을 육안으로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이 어두웠는지 아니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날이 밝았는지도 촬영된 장면을 보면 알 수 있다.
◇"CCTV 있어도 소용있을까" = 반면 CCTV가 존재했어도 실제 가동이 안되고 있거나 이번 사건 당시 현장을 포집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또한 남측의 현장조사 요구를 강경 어조로 거부한 북한의 태도에 비춰 설령 박씨의 월경 현장이 카메라에 잡혔어도 북측이 이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CCTV가 최소한 `우리 조사 결과를 믿으라'는 북측의 일방적 태도에 대응할 수 있는 `카드'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북측이 CCTV의 존재를 인정하고도 더 이상의 자료확인을 거부한다면 자체 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격이 된다는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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