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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보니]독도문제, 흥분부터 하는 언론·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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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9-09-15 15:16:26 수정 : 2009-09-15 15: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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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부교수
일본 국립대학 강단에 서는 입장에서 한일 간에 갈등이 불거지면 번민하게 된다. 대학 내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인 만큼 독도 영유권 다툼이나 역사문제로 갈등하는 한국 유학생 혹은 일본인 대학원생들의 상담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강의 시간에도 독도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게 마련이다.

“독도 영유권 문제가 정말 일본과 한국이 다툴 가치가 있는 것인가”, “어느 쪽 논리가 더 타당성이 있나” 등의 질문을 받지만 그럴 때마다 역사적 사실과 언론 보도 등을 가감없이 전달하면서 분위기를 설명해주곤 한다. 과거 일제의 침탈과정을 설명할 때면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한다. 한일 양측 논리를 모두 전달해주고 판단은 학생들 각자에게 맡기면서 토론을 끝내곤 한다.

그런데 간혹 한국 측이나 일본 측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가슴 아프고 말문이 막히는 일이 많다. 어찌나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글들이 올라오는지 말이다. 한국과 일본이 전쟁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한국 정부나 여론을 전달하는 유력 매체들을 보면 황당한 사례가 많다. 냉정하게 정보와 뉴스를 전달해주기보다는 미디어가 먼저 흥분한다. 예컨대 제목을 자극적으로 뽑거나 발표 내용을 자의적으로 선별해, 들뜬 민심에 불을 지피곤 한다.

독도문제는 일제 침탈을 경험한 한민족에겐 대단히 민감한 사안이다. 국민 생존권과 직결되는 영토문제인 데다 역사, 자원, 어업, 국방 등의 복잡한 요소가 내재돼 있다. 이런 중대한 문제를 이용해 영향력을 높이려는 일부 매체와 지금까지 방관하다시피 하다 사태가 불거지니 정치적 퍼포먼스로 이용하려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는 또 무엇인가. 총리나 국회의원들이 독도에 몰려가 퍼포먼스를 한다고 무엇이 해결되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차분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 국가 차원의 대책기관 설립은 물론, 기초자료 확인작업이 대대적으로 행해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일부 연구자들이 증빙자료를 발굴하는 차원이었을 뿐, 어느 정권도 일본을 상대로 차분하게 설득하거나 조직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제 독도문제는 우리나라의 주요 외교문제가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복잡해지고, 더 해결하기 힘든 문제가 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일 양국의 이기적 민족주의에서 나오는 감정적 견해들이 여과 없이 쏟아진다면 양국 정부나 국민 모두 해결 방법을 찾을 수가 없다.

한일 관계가 어려워질수록 피해를 보는 이들은 차세대이다. 미래를 짊어진 한일 양국 학생들 간 교류는 역사문제가 불거지면서 상당수 지연되거나 중단되고 있다. 매년 수만명의 한국 유학생이 일본을 찾고 400만명 이상의 시민이 상호 방문하는데 이런 풀뿌리 교류가 위기에 처해 있다.

지금 같은 양철 냄비식으로 한일 관계를 취급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흥분할수록 정부는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실증적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독도는 현재 대한민국이 실효 지배를 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며 일본과 차분하고 지속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며, 역사적 분석과 효과적인 대처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언론과 정치인들은 차세대에게 역사적 응어리를 남기지 않는 원만한 타개책을 제시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수경 일본 도쿄가쿠게이대학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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