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고(故) 김수환 추기경의 입관예절에서 염습(죽은 사람의 몸을 씻기고 옷을 입힌 뒤 염포로 묶는 일) 봉사를 한 김종호(59) 천주교 서울대교구 연령회연합회장은 "부족한 제 손길로 한국 천주교의 큰어른인 김 추기경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더없는 영광"이라고 말했다.
서울대교구의 임종 및 장례 봉사단체인 연령회연합회를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김 추기경 생전에 단 한 차례 악수를 한 적밖에 없는데 염습과 입관예절을 직접 거들어 드리게 될 줄 몰랐다"면서 "한국 천주교의 아버지 같은 분을 떠나보내는 슬픔과 아쉬움이 컸지만 정성을 다해 염습을 하면서 김 추기경이 하느님 나라에서 편히 쉬길 빌었다"고 말했다.
다른 봉사자 3명과 함께 염습과 입관예절을 진행한 그는 "천주교의 여러 어른이 계신 곳에서 염습하느라 긴장되고 진땀이 났다"면서 "봉사자들의 행동이나 몸가짐이 정중하고 엄숙한 장례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김 추기경이 생전에 당신 스스로 죄인이라고 자주 말한 것은 죄 많은 우리에게 깨우침을 주려 했던 것"이라며 "평생 가난하고 못난 사람들을 위해 애쓴 김 추기경이 하느님 나라에 가서도 우리 모두를 기억하고 생전과 다름 없이 가르침을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추기경은 높은 자리에 계시면서도 늘 검소한 생활과 겸손한 자세로 신자들에게 사랑을 실천해 보였다"면서 "김 추기경의 마지막 가는 길을 살펴 드린 영광을 죽을 때까지 마음에 품고 그분의 삶을 조금이나마 닮아가고자 애쓰겠다"고 밝혔다.
20년 전 서울 목동성당에서 세례를 받고 천주교 신자가 된 김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성당의 연령회에서 활동하다 3년 전부터 서울대교구 산하 연령회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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