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체제 개편론이 급물살을 타게 된 것은 이달곤 한나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 장관에 취임하면서부터다. 자유선진당은 광역단위 밑에 시군구를 200여개로 축소하고 권한을 대폭 이양해 지방자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정부 안은 시도를 없앤 ‘50∼70개 광역시 체제 개편’이 유력시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당론으로 내놨고, 한나라당도 특위 구성을 제안한 상태다.
정치권이 시도-시군구-읍면동 3층 구조로 된 현 행정체제를 2층 구조로 바꾸려 한 적은 그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여야 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무산됐다. 1995년 민선 지자체장 선거를 앞두고 도농형 통합시로 축소한 게 고작이다. 100여년 전에 만들어진 행정체제는 교통과 정보통신이 눈부시게 발전한 시대적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 예산 낭비와 주민 불편 등을 야기하는 등 불합리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중앙정부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 지방자치 정신을 살릴 수 없는 폐단도 있다.
지방은 물론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행정체제는 하루빨리 개편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이 같은 당위에도 행정체제 개편은 지난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지역주민의 이해가 상충돼 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행정체제 개편은 더 이상 늦춰선 안 될 시대적 명제다. 정부 안과 각 당 안을 토대로 공청회 등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중앙·지방정부, 학계 등이 참여하는 중립적인 기구를 설치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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