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일요일 오후, 몇몇 친구들과 용마산 자락에 있는 돌산공원에 올라본다. 어느새 물들었는지 노랗고 빨간 단풍들이 가을을 말해주고 있다. 아! 이 가을도 지나가고 있구나. 고운 단풍을 여기서 보다니…. 무엇이 그렇게 바쁜지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더니 내 심장의 박동수가 느린 대신 세월은 그 만큼 빨리 가는가?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가족들끼리 산을 타고 내려오는 사람, 삼삼오오 짝을 지어 보기에 좋다. 여름이면 폭포가 있어 더 아름다운 곳, 그 앞에 돗자리를 펴고 몇몇은 의자에 앉는다. 7080세대들이 좋아하는 아줌마 부대가 노래를 부른다. 기타를 치고 흥에 겨워 덩실덩실 춤추는 사람도 있다.
가을 구경도 하고 신나는 노래에 맞춰 박수도 치고 친구들과 도란도란 얘기도 한다. 그냥 지나칠 뻔한 이 가을을 곱게 물든 예쁜 단풍이랑 함께 보낼 수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5만여 평의 채석장 부지에 빙벽을 등반 할 수 있는 코스이기도하다. 축구장, 배드민턴장, 테니스장, 게이트볼장 등 폭포 앞에는 여러 가지 놀이를 할 수 있는 빈 공터도 있다. 서울 도심에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이런 곳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맑고 고운 목소리를 가진 아줌마들이 노래를 불러주는 곳, 다 같이 박수치고 흥겨워 한다.
단풍은 이렇게 곱게 물들어 있는데 날씨는 왜 이렇게 스산한지 요즘은 가을도 없고 봄도 없다. 어제까지만 해도 한참 걸으면 땀이 났었는데 오늘은 외투를 꺼내 입을 정도로 춥다. 변덕스런 날씨에 종잡을 수 없다.
사람들의 마음도 이렇게 변덕스러울까? 단풍처럼 고운 마음으로 살아 갈 수는 없을까?
이명희 myung76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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