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문학을 만나게 했고 여기까지 오게 했다. 한동안은 문학이라는 것이, 걷어 차버리고 싶은 거추장스러운 신발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평생 신고 다녀야 하는 신발이라는 것을 안다. 그 신발을 신고 ‘비단길’을 걷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이름을 지녔지만 그 길은 결코 녹록지 않다. 강연호의 시에서처럼 길 잘못 들었다는 이정표조차 반가울 만큼 아득하고 적막한 길이 될 터이다.
포기하지 않고 여기에 이르게 해 주었던 경희대학교의 선후배와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는 물론이고 꼭 같이 가 달라는 부탁도 함께 하고 싶다. 항상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우리 부부를 지켜봐 주신 김종회 선생님과 국문과 은사님들께도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남편과 우리 딸 소윤이에게는 말로는 다 하지 못할 사랑과 고마움을 전한다. 이렇게밖에 되지 못한 건 팔할이 부모님 탓이라 생각했던 철없는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살아가고 있는 건 팔할이 부모님 덕분이라는 걸, 지금은 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힘든 일을 겪은 시댁 식구들에게도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일이 되었으면 좋겠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아서인지 두려운 마음이 앞선다. 이제 겨우 시작일 뿐이니 한번쯤 호기를 부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나씩 반짝이던 밤하늘의 별들이 문득 보는 이의 눈앞에서 별자리를 이루는, 그런 텍스트의 의미를 발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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