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다르게 법인 설립 일감챙기기 의혹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하는 수백억원대의 지적측량 사업을 ‘전관’을 앞세운 업체가 독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업체는 대한주택공사 출신이 직접 운영하거나 임원으로 있는 업체로, 전관예우의 ‘요지경 발주’가 이루어졌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8일 측량업계에 따르면 주공과 한국토지공사가 통합돼 LH로 출범한 2009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전국에서 발주한 106개 지적측량 사업을 41개 업체가 차지했다. 2개 이상 수주한 업체는 35개, 나머지는 1건씩 수주했다.
연도별 발주금액은 2009년 6억원, 2010년 160억원, 2011년 306억원, 2012년 332억원 등 총 804억원이다. 이 가운데 대한지적공사가 수주한 물량은 546억7200만원(68%), 나머지 257억2800만원(32%)은 41개 업체가 나눠 가졌다.
지적측량은 관청이 직권 또는 이해 관계인의 신청에 따라 각 필지의 경계나 면적을 정하는 것으로, 대한지적공사가 독점해 오다 2004년 1월 민간에 개방돼 현재 150여개 업체가 일하고 있다.
수주 쏠림현상은 전국적으로 나타났다. ㈜신동양지적측량기술단과 ㈜KC&R엔지니어링(KC토지정보 포함)은 LH가 최근 4년간 수도권에서 발주한 34개 사업 중 인천청라1-1지구 등 6건을 수주했다. ㈜효성지적측량은 인천향촌 등 5곳을, ㈜어스비젼텍과 ㈜한양지에스티는 한강 파주운정택지 등 4곳을 수주했다. 강원과 충청권에서는 ㈜중부지적측량기술단이 30건 가운데 9건을 따냈고, ㈜대한지적기술단 6건, 강산지적측량원㈜ 5건, 월드지적정보㈜가 4건을 수주했다.
경상·전라권도 사정은 비슷했다. 36건 중 ㈜동양지적측량기술단·㈜지구지적측량과 ㈜지오매틱코리아가 각각 6건을 차지했고, ㈜선운이앤지가 5건, ㈜한성지적측량사업단·㈜고원항공정보는 각각 3건씩을 따냈다.
문제는 선정된 업체에는 어김없이 주공 출신이 사장이나 임원으로 앉아 있다는 사실이다. 어스비젼텍과 신동양지적측량기술단 사장은 주공 출신이고, ㈜KC&R엔지니어링은 주공 출신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특히 일부 업체는 명의만 다른 사실상 한 법인으로 일감을 대량으로 챙기기도 했다. 사장이 같은 신동양지적측량기술단과 동양지적측량기술단, 중부지적측량기술단은 21건이나 수주했다. 이 업체의 수주액은 LH가 발주한 전체 물량의 20%에 이른다. A와 B업체도 명의만 다를 뿐 한 사람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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