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 곰팡이가 생긴 모습. 사진=김현주 기자 |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강추위로 서울시 내 곳곳의 원룸 밀집촌에서 결로로 인한 피해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축 원룸의 경우 겉은 ‘번지르’하지만 속사정은 다른 경우가 많다.
서울 신림동에 거주하는 K씨는 “신축 원룸으로 이사한 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첫날 보일러를 틀자마자 벽에 결로현상이 보이더니 벽지가 젖었다”면서 “옷장에까지 곰팡이가 생겨 집주인에게 말했으나 거주한 사람의 책임이라고 윽박질렀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집주인에게 이사 가겠다고 하니 계약기간인 1년을 못 채웠으니 다음 세입자를 구하고 중개수수료를 내라 했다”면서 “한 달 동안 살면서 곰팡이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것도 짜증나는데 추운 겨울 이사에, 복비까지 물라고 하니 정말 화가 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사당동에 거주하는 L씨는 “몇 달간 해외출장을 갔다가 오랜만에 방문을 열었더니 곰팡이가 가득해 깜짝 놀랐다”며 “이때부터 비가 오면 습기 때문에 곰팡이가 심해질까봐 밤에 잠도 못 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습제와 곰팡이 제거제, 방향제 등 별의별 방법을 다 쓰고 있다”면서 “매일 이곳에 있다 보니 머리가 아프고 기관지도 약해졌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같은 원룸 결로현상에 대해 건축업계 한 관계자는 “결로는 찬 공기가 따뜻한 공기 중의 습도와 만나 이슬이 맺혀지는 현상으로, 단열재 설치 불량이 주된 이유지만 과다난방이나 환기불량, 생활습관 등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면서도 “최근 결로현상이 늘어나는 것은 원룸 건축 붐이 불면서 시공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불량 단열재를 시공하는 등 날림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결로현상이 일어났을 때 집주인이 제대로 대처해주지 않으면 세입자들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특히 단열재 등 건축상 문제의 경우 집주인이 재시공 등 해결의지를 보이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무엇보다 결로현상 원인 파악 자체가 힘들어 집주인은 세입자의 관리책임으로 돌리는 경우가 잦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유영수 서울부동산칼리지 원장은 “세입자와 집주인간 분쟁이 많이 일어나는 대표적인 문제점 중의 하나는 결로나 곰팡이 문제인데, 집을 보러 갈 때 장판 밑이나 장롱 뒤쪽 등 구석구석 살펴야 한다”며 “또 방충망이나 싱크대, 누수나 보일러 등 수리를 해야 하거나 파손된 부분이 있는 지 꼼꼼히 체크해야 하고, 문제 발생시 책임 소재를 계약서상의 특약사항으로 명시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결로현상이 생기면 우선 곰팡이가 핀 곳의 사진을 찍어놓고 집주인에게 시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면서 “가장 좋은 해결방법은 집주인과의 합의지만 여의치 않다면, 법률구조공단에 민사조정 등을 의뢰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태욱 하나은행 PB사업부 부동산팀장도 “겨울철 추워진 날씨 탓에 실내에 곰팡이가 피고 이슬이 맺히는 결로 현상으로 세입자와 집주인 간 분쟁이 많이 일어난다”면서 “결로는 주로 주택법 시행령이 정한 하자담보책임에 포함되는 하자로 건축물 내외부 온도차로 인해 발생하고, 새집일수록 사람이 방에 없더라도 얼마 동안 미열이나마 보일러를 자주 틀어놓으면 결로 현상은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세대·연립주택에서 하자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하자보수업체가 터무니없이 비싼 공사비용을 요구하지 않는 한 ‘하자보증보험’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현주 기자 egg0lov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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