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들에 비해 투자 불리
당국 진입규제 강화 불구
거래대금 비중 되레 증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위축되고 있는 파생상품 거래에 한탕을 노린 개인투자자들의 사랑이 여전하다. 투자하려면 중장기적인 시장 변동을 파악해야 하는 파생상품은 고도의 분석력과 정보가 요구된다. 개인들이 기관 등에 비해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거래소가 개인들의 진입장벽을 높였음에도 이들의 파생상품 거래대금 비중은 오히려 높아졌다. 국내외 경제상황이 삐끗할 경우 여지없이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개인 소액 투자자의 파생상품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차원에서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를 10만원에서 50만원으로 인상하는 ‘옵션시장 건전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그간 포인트당 10만원으로 거래됐는데, 3월 신규로 상장되는 월물에 순차적으로 50만원의 승수를 적용했고, 이달 15일부터는 모든 월물에 포인트당 50만원의 승수를 전면 도입했다.
거래승수란 옵션시장에서 지수를 사고팔면서 실제가격을 환산할 때 지수에 곱하는 가격이다. 옵션승수가 5배 인상되면 같은 돈으로 주문할 수 있는 거래가 5분의 1로 줄어든다. 이 같은 조치가 있은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파생상품시장에서 개인들의 거래비중은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코스피200옵션의 개인투자자 비중은 2008년 34%에서 2009년 37%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이후 2011년까지 꾸준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비중만 감소했지 전체 투자 규모는 2011년까지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1년 개인투자자들의 전체 거래대금은 291조3271억원으로 2008년의 195조1892억원보다 무려 49.3%나 증가한 것이다.
이러한 상승세는 2012년 184조647억원으로 줄면서 한풀 꺾였지만 이는 한국거래소의 진입규제 효과 때문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배용 한국거래소 파생상품시장본부 주식파생제도팀장은 “지난해 진입규제 시행 이후 파생상품시장에서 일일활동계좌가 7700개 정도 줄었다”면서 “그럼에도 파생상품 계좌의 3분의 2 이상은 여전히 개인들의 것”이라고 말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한탕을 노린 개인들의 과도한 파생상품 사랑에 제동을 걸려면 파생상품거래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4월3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거래에 세금(선물 0.001%, 옵션 0.01%)을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파생상품거래세는 2009년 국회에서 논의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본회의에 상정되지도 못하고 거래 위축에 따른 수수료 감소를 염려한 증권업계의 반발에 폐기됐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파생상품시장의 거래량과 거래대금 규모가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개인들도 여전히 열성적이라 이 같은 이상 열기를 식히려면 파생상품거래세 도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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