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해경·119상황실 압수수색 세월호가 침몰하기 시작하자 승객들은 119에 다급히 구조 요청을 했다. 31분 동안 23통의 신고전화를 걸었지만 119 접수요원은 “해경으로 연결해주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현장에 구조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승객들이 할 수 있는 대처요령에 대한 안내가 있었다면 구조시간을 벌어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전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16일 119에는 오전 8시52분32초 안산 단원고 고 최덕하(17)군의 최초 신고 이후 오전 9시21분55초까지 총 23건의 신고전화가 걸려왔다.
배가 기울자 승객들은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은 해양긴급신고 번호 ‘122’ 대신 119를 떠올린 것이다. 23건 중 13건만 통화가 연결됐고, 7건은 회선이 모두 통화 중이어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전환됐다.
해상사고의 경우 세월호처럼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어 분초를 다툴 정도로 초기대응이 중요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119 요원은 지시나 안내 대신 해경에 전화 연결만 시도했다. 전화를 받은 해경 역시 신고전화를 한 단원고 학생에게 침몰 장소의 경도와 위도를 반복해 질문하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비판이 일자 소방방재청의 한 관계자는 “해상사고가 발생했을 때 119 요원도 구조를 요구하는 자에게 긴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할 수 있다”면서도 “바다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지시를 할 수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어 “3자 통화를 통해 해경에 신속하게 알리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재난 전문가들은 승객들에게 대피요령만 알려줬어도 대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가천대 윤민우 교수(경찰안보학)는 “위기상황에서 30여개의 긴급신고 번호를 기억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911처럼 통합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911은 현장에 구조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구조를 요청하는 자와 계속 통화하며 응급처치 방법을 알려준다”며 “우리나라도 신고 접수요원이 다양한 위기상황에서 즉각적인 행동요령을 안내할 수 있도록 훈련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경합동수사부는 28일 초동대처 부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목포해경과 전남소방본부 119 종합상황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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