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먹통 시스템 원점서 다시 짜기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그동안의 적폐를 바로잡고 대한민국의 틀을 다시 세우기 위해 ‘국가 개조’에 나서겠다고 천명했다. 관료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악습을 뿌리 뽑고 안전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다시 만들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틀을 짜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직사회 개혁을 강력히 추진하고 ‘국민안전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관료사회 적폐와 전면전 선포
박 대통령은 관료사회의 적폐와 전쟁을 선포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과거부터 관행적으로 내려온 소수 인맥의 독과점과 유착은 어느 한 부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부처의 문제”라며 “국무위원을 포함해 이 자리에 모든 고위 공직자가 소속 기관의 이런 병폐를 낱낱이 찾아서 고쳐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인 관료와 업계의 유착, 봐주기식 행정문화, 퇴직공무원의 유관기관 취업 등 비정상적인 관행과 공무원의 ‘관(官)피아’(관료+마피아)’와 ‘철밥통’ 폐해를 신랄히 비판했다. “해운업계가 지난 수십 년간 여객선 안전 관리와 선박관리를 담당하는 해운조합, 한국선급 등 유관 기관의 감독기관 출신의 퇴직공직자들이 주요 자리를 차지하면서 정부와 업계가 유착관계가 형성되어 해운업계의 불법성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가개조의 차원에서 감독기관 출신 퇴직공무원의 유관기관 취업 금지 등 공무원 비리척결 대책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폐쇄적인 채용구조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공직사회가 그동안 폐쇄적인 채용구조 속에서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고 부처 칸막이 속에서 부처 이기주의가 만연하며 순환보직 시스템에 따라서 여러 보직을 거치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한 일반 관료만 양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공무원 임용방식·보직관리·평가·보상 등 공무원 인사시스템 전반의 개혁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지금 국민들이 공무원들의 무책임과 의식에 분노하고 있지 않느냐”며 “민관유착의 문제를 넘어 공직사회가 바뀌어야 하고 공직자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로운 재난대응 컨트롤타워인 국가안전처 신설과 국민안전 마스터플랜 마련은 국가를 개조한다는 차원에서 먹통이 된 기존 시스템을 원점에서 다시 짜기 위한 것이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부처간 협업과 소통 부재로 혼란이 가중되면서 무능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는 추세여서 특단의 환골탈태가 절실하다는 게 박 대통령의 인식이다.
전담 부처를 설치, 사회재난과 자연재해 관리를 일원화해 효율적이고 강력한 통합재난 대응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크게 가져오는 사고를 유형화해 특공대처럼 대응팀을 만들어 평소 훈련하고 사고가 나면 전문팀을 파견해 현장에서 사고에 대응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전담 부처와 소관 부처가 협업을 통해 화학물질 유출이나 해상 기름유출, 전력, 통신망 사고 등 새로운 형태의 재난과 국민생활과 직결된 복합재난에 상시 대응할 능력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이 부처는 재난 안전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 순환 보직을 제한하고 외국인 전문가를 채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장 중심의 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안전행정부와 같은 ‘옥상옥’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남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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