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선 “출혈경쟁 우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단독 입찰이 예상됐던 KF-X 사업이 2파전 구도로 바뀌면서 치열한 각축전이 불가피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16일 “경쟁입찰인 만큼 KF-X 사업에 참여할 의향을 가지고 있다”면서 “이미 관련 전담팀을 만들어 KF-X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작업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군수용 500MD 헬기와 F-5 전투기를 제작한 경험 등 이미 전투기 개발을 위한 상당한 기술력과 인력 등 사업 수행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미국 보잉사처럼 글로벌 항공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운송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KF-X 사업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내부적으로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고용창출 측면에서 KF-X 참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한항공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의 조양호 회장이 지난 7월 말 2018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된 점도 이번 결정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KF-X 사업의 성공 여부는 해외 업체와의 기술이전 등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대한항공이 어떤 업체와 파트너 계약을 맺을지도 관심사”라고 전했다.
그동안 KF-X 사업에 공을 들여온 KAI 측은 “출혈경쟁이 우려되고 시장질서만 흐트리게 될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KAI 관계자는 “대한항공은 지난 6월 소형민수·무장헬기(LCH·LAH)사업 입찰 때도 사업 금액(5800억원)의 두배 가까운 가격을 써내 잡음을 빚은 바 있다”면서 “이는 부도덕한 행위로 이번 입찰에서도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고 말했다.
KF-X사업은 공군의 노후 전투기인 F-4와 F-5를 대체하기 위해 공군의 주력전투기인 KF-16보다 성능이 뛰어난 전투기를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개발 기간 10년6개월에, 총 사업비와 양산비용을 합해 20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투입된다. 사업 주관 부처인 방위사업청은 공군의 전력공백 우려가 심각하다는 판단 아래 오는 24일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개발 기본계획을 심의·승인한 뒤 이달 말까지 입찰공고를 낼 예정이다. 이후 11월 우선협상대상업체를 선정하고 12월까지 업체와의 개발 계약을 체결, 사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한국형전투기의 엔진 수는 지난 7월 논란 끝에 쌍발(雙發) 엔진으로 결정됐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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