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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논단] 남북대화, 원칙과 가치를 지키며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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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30 20:38:18 수정 : 2014-10-30 23: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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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벼랑 끝 전술’에 말려들면 안돼
대화 서두르면 원하는 것 얻지 못해
박근혜 대통령은 안보위기 속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취임 직전인 지난해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오히려 대북 정책에서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아왔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는 리더십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철수하자 우리 기업을 철수하는 강단을 보여줌으로써 많은 국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취임 초 40% 수준으로 떨어졌던 대통령 지지도는 이 사건을 계기로 60% 이상으로 상승했었다.

이렇게 되자 북한이 오히려 남북대화를 요구하는 국면이 조성됐다. 북한은 지난해 7월 이후 금강산관광 재개, 이산가족 상봉 등을 위한 남북회담을 제의했고, 체면을 구겨가며 개성공단 정상화에 응했다.

올해 초에도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남북관계 개선 천명, 국방위의 이른바 중대제안, 그리고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 등 유화책을 내놓았다.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인권 문제 등으로 조성된 국제적 압박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북한 당국의 계산도 깔려 있었겠지만, 우리에 대한 안보위협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를 거둘 수 없다는 판단도 중요하게 작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남북관계는 우리가 북한의 눈치를 살피고 남북대화에 초조해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왜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에 목말라할까. 남북관계를 대화와 협력의 선순환 구조로 바꾸어 보려는 순수한 욕심도 있을 것이고, 북한의 대화 공세에 계속해서 냉랭하게만 있을 수 없는 정치적 부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남북대화가 열려도 북한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소위 통 큰 선물은 이산가족 상봉 외에는 없다. 물론 이산가족 상봉은 매우 중요하다. 북한의 상봉 가족 1인당 몇 천달러씩 지급하더라도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우리 국민의 가족 상봉이라는 인도적 목적도 있고 북한 사회의 변화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북한은 남북대화를 통해 얻으려는 것이 많다. 개성공단 확장을 위해 5·24조치 해제를 요구할 것이고 금강산관광 재개도 요구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와의 대화 국면을 활용해 중국과의 관계도 개선하고 북한을 옥죄고 있는 국제적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로도 활용할 것이다. 이처럼 객관적 여건으로만 보면 우리가 아니라 북한이 남북대화를 목말라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개최되면 우리가 유리한 위치에서 협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에 초조해하고 이를 통해 뭔가 큰 것을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남북대화의 개최 자체도 어려워지고 우리가 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도 없게 된다. 북한은 우리를 위협하고 초조하게 하여 자기들에게 유리한 협상 국면을 만드는 ‘벼랑 끝 전술’에 능하고 대외적으로 자존심을 내세우는 외교 행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바꾸고 북한의 진정한 변화를 바란다면 남북대화 자체에 초조해하지 말고 한 방에 뭔가 큰 것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객관적 상황을 바탕으로 우리의 원칙과 가치를 소중히 지키고 내세우며 대화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벌어진 일련의 남북관계 에피소드들은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도 가치도 없는 듯한 인상을 준다.

지난 15일 판문점에서 개최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의 북측 대표자로 나온 인물이 천안함 폭침의 주도자로 알려진 김영철 정찰총국장이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회담 개최 자체가 어려워지더라도 북측 대표의 교체를 요구했어야 했다. 또한 북한이 2차 고위급 회담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문제 삼고 있는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태도와 관련해서도, 표현의 자유라는 우리의 헌법적 가치는 남북대화를 위해 결코 타협할 수 없다는 점을 보다 확고히 천명할 필요가 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남북 2차 고위급 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란다면 우리의 가치와 원칙을 분명히 하고 확고히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그래야 회담도 열리고 우리가 원하는 것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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