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는 당만 보고 찍지 않아
논쟁이 될 소지는 충분히 있어
헌재 결정하면 다툴 방법 없어”
“국회의 자격심사 등 방법 있는데
권한 밖 너무 과도한 명령아닌가
법원이 헌재 결정 뒤집긴 힘들 것” 통합진보당 의원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의원직 상실 결정과 관련해 법조계와 학계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이나 헌법재판소법에 의원직 상실과 관련한 권한을 명문화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적극적으로 법리를 해석해 헌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대의제를 구현하는 국회의원의 지위를 헌재가 상실케 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통진당 의원들이 조만간 의원직 상실과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논란이 확산할 전망이다.
연구집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선임된 국회의원은 소속 정당의 해산만으로 국민의 대표성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며 “국회의원은 일차적으로 국민의 대표이지 정당의 대표가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 연구는 헌재가 2004년 연구용역을 의뢰해 발간된 것이다.
이 같은 연구결과에도 헌재는 지난 19일 통진당의 강제해산을 결정하면서 “의원직 상실은 위헌정당 해산 제도의 본질로부터 인정되는 기본 효력”이라며 ‘의원직 유지=통진당 존속’이라는 논리를 폈다.
법조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비례직은 상실하는 게 당연하다고 보는데, 지역구는 당만 보고 찍은 게 아니라서 논쟁이 될 소지는 있다”면서도 “규정이 있는 게 아니라서 많은 사람이 지역구 의원은 그냥 두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현실적으로 헌재 판결이 내려지면 다툴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 되기 때문인데 의원 활동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지역구 의원 역시) 지역 주민들이 위헌적 활동을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진보당 김재연, 이상규, 오병윤, 김미희 전 의원(왼쪽부터)이 2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법재판소의 의원직 박탈 결정에 대해 반발하며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재문 기자 |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해설, 적용하는 기관인데 헌재가 법 규정에 없는 의원직 상실을 명한 것은 법치주의 위반”이라고 말했다.이헌욱 변호사는 “원칙적으로 입법사항이지만 법에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헌재가 적극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면서도 “헌법을 쉽게 바꿀 수 없는 상황에서 헌재가 너무 과도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통진당 의원들의 소송 제기로 법정 다툼이 이어지겠지만 법원이 헌재 결정을 뒤집기는 힘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만약 대법원이 의원직 상실 결정이 부당하다고 결정하면 사법기관 사이의 논쟁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노 교수는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판결에 문제가 있지만 헌재 결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어 (전 통진당 의원들의 행정소송은) 큰 의미가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헌재의 최종결정을 뒤집을 만한 법적 근거가 없어 보여서 (행정소송은) 현실적으로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희경·권이선·이재호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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