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엄격 기준 적용… 평가 주목 세계 헌법재판기관이 모인 베니스위원회가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결정문을 제출해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요청했다. 헌재는 결정문 번역 작업을 완료한 뒤 이를 위원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가입한 베니스위원회가 그간 정당해산에 대해 엄격한 요건을 두고 있어 국제적 평가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주목된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유럽연합 헌법재판 자문기구인 ‘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연합회’(베니스위원회)는 지난 19일 헌재가 선고한 결정문을 신속히 번역해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공식 요청은 아니지만 정당해산 심판에 인용 결정을 내린 강일원 헌법재판관이 독일의 한 위원으로부터 구두로 관련 내용을 전달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베니스위원회는 정당해산심판이 세계적으로 드물고 우리 헌정 사상 처음으로 제시된 사례여서 결정이 선고되기 전부터 진행 상황을 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문 번역 작업을 시작한 헌재는 347쪽에 달하는 결정문의 번역을 완료하면 이를 위원회에 보낼 예정이다.
위원회는 정당해산 제도와 관련해 2000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정당해산 제도가 다른 헌정적 수단에 의해 민주적 기본질서의 수호가 어려운 예외적 상황에서 보충적으로 행사돼야 하고, 일부 구성원의 돌출행위로 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요건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강제 해산된 통진당 관련 헌재의 결정에 어떤 국제적 평가가 내려질지 주목된다. 헌재는 내부적으로 베니스위원회로부터 유럽, 터키 등 각종 자료를 받았고 재판관들이 결정을 내리기 전에 위원회 측의 가이드라인을 숙지한 점을 들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그간 위원회 측이 정당해산에 대해 비교적 엄격한 기준을 제시했고, 국제앰네스티 등이 비판적 성명을 내놓은 점은 부정적 평가를 예고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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