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서도 사이버공격 철저 대비를 우리나라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는 해마다 한두 건씩 북한의 대형 사이버 공격을 겪어 오고 있다. 2011년 3월 4일 정부기관· 금융기관·포털 등 40개 기관에 대한 디도스(DDos·분산서비스 거부) 공격, 2011년 4월12일 농협 전산시스템 마비, 2012년 6월9일 중앙일보 서브 해킹, 2013년 3월20일 방송사와 금융기관 5곳에 대한 사이버 공격, 2013년 6월 25일 정부기관· 방송사·민간기업 등 69개 기관 웹사이트 접속 장애 및 서브 파괴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는 이제 큼직한 해킹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북한의 소행이겠거니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될 정도가 됐다.
이런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인 소니픽처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으로 세계적 악명을 얻게 됐다. 북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암살을 주제로 한 코미디 영화 ‘더 인터뷰’의 제작과 상영을 막기 위해 저지른 북한의 해킹과 협박 사건 때문이다. 북한의 전략은 처음에는 북한의 의도대로 성공하는 것처럼 보였다. 소니픽처스가 ‘더 인터뷰’의 크리스마스 날 개봉을 포기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4400만달러를 투자해 제작한 영화지만 대형 개봉관이 북한의 테러 위험을 우려해 상영을 꺼렸기 때문이었다.
정진영 경희대교수·국제학 |
이렇게 상황은 반전되기 시작했다. 독립영화관을 중심으로 ‘더 인터뷰’를 크리스마스 날 상영하는 스크린 수가 300곳 이상으로 늘어났고,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높아졌다. 북한의 기대와는 반대되는 방향으로 사건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북한 당국도 이번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고 계산할 수 있다. 우선 자신들의 소위 최고 존엄에 대한 비판은 무자비한 공격을 받는다는 점을 세상에 알림으로써 앞으로 북한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 때 더욱 조심하도록 만들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함부로 자신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효과도 얻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과 힘은 보유는 하되 사용하지 않을 때 오히려 존중을 받고 대외적 영향력으로 작용할 수가 있다. 이에 비해 그것을 자주 사용하고, 그것도 정당하지 못한 목적을 위해 무리하게 사용하게 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발생한다. 사이버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히고, 앞으로 그러한 능력과 힘을 사용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강력한 국제적 제재 속에서 고립무원의 상황에 빠져 있다. 핵과 미사일 개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주도의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북한 당국의 인권 탄압 문제가 유엔총회의 규탄 결의안에 이어 유엔안보리 의제로까지 상정됐다. 자칫 김 제1위원장을 포함한 북한 고위 당국자들이 국제형사재판 법정에 서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은 북한 당국에 큰 압박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사이버 테러국의 오명마저 덧붙여지면 북한의 고립무원 상태는 더욱 심화되고 길어질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은 누가 뭐래도 결국 북한 당국이 자초한 일이다. 21세기의 변화된 대내외 환경 속에서 국가안보와 정권 생존,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는 데 대한 북한 당국의 시대착오적이고 잘못된 사고방식에서 비롯된 일이다. 핵무기 개발, 인권 탄압, 사이버 공격으로는 국가 안보도 정권 생존도 보장받을 수 없고, 평화와 번영은 더더욱 달성할 수 없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런 시대착오적인 북한 당국의 호전성에 만반의 대비를 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국가, 기업의 운영은 물론 개인의 일상생활마저 대부분 사이버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대한 철저한 대비는 국가안보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 진행 중인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해킹과 협박이 이러한 우리의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정진영 경희대교수·국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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