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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中 통합 과정, 취안저우의 ‘중국민대연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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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11 20:49:18 수정 : 2015-01-11 21: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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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대만의 맞은편 중국 푸젠성의 취안저우(泉州)에는 2004년 ‘중국민대연박물관(中國閩臺緣博物館)’이 개관됐다. 이 박물관에는 푸젠성을 뜻하는 민(閩)과 대만의 대(臺)자에 인연의 연(緣)자를 붙인 것이다. 이는 중국 대륙의 푸젠성과 그 건너편의 섬인 대만의 역사적·문화적 인연을 인민에게 강조하기 위한 박물관임에는 두 말할 필요가 없다.

1644년 명 왕조의 멸망 후 청 왕조를 반대해 항쟁하다 대만으로 건너가 싸운 정성공(鄭成功·1624∼1662)의 역사 이래, 이 섬은 중국 대륙과 매우 불편하며 어려운 관계가 오래도록 지속됐다.

대만은 중국이 청일전쟁의 패배 후 일본에 떼 주었다가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되찾았지만, 불과 4년 후인 1949년 중화민국의 장제스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에 밀려 대만으로 건너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로써 현재의 중국은 과거 세기의 식민지 유산으로 상실된 영토인 홍콩을 1997년에, 마카오를 1999년에 반환받고 일국양제(一國兩制)를 표방하며 통합에 성공하지만 오직 대만의 문제만 커다란 숙제로 남게 됐다. 청일전쟁 이후 무려 1세기 이상 중국대륙과 정치적으로 분리돼 온 대만의 통합문제는 복잡한 여러 정치적인 역학관계와 함께 아직도 중국 입장에서는 풀기 어려운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중국사
붉은색으로 잘 지어진 이 박물관의 ‘중국민대연박물관’이란 현판은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의 글씨로 쓰여졌는데 특히 ‘연’ 자를 강조한다. 또한 ‘가지와 잎은 같은 뿌리임’을 보여주는 입구의 큰 그림이 매우 인상적이다. 뿐만 아니라 취안저우와 같은 푸젠성의 샤먼(廈門)에서 대만으로 건너간 주민의 통계와 함께 이를 화살표로 표시해 중국의 본토인과는 불가분의 이웃생활공동체임을 느끼게 해 준다.

이 박물관에는 ‘먼 옛날 같은 국가’, ‘핏줄이 같은 민족’, ‘서방 식민지 통치자에 대한 공동투쟁’, ‘수리와 제조 및 소공업의 공동개발’, ‘언어와 교육·예술의 문맥상통’, ‘불교·도교 및 민간신앙의 여러 신에 대한 공동 숭배’, ‘예절과 의식주와 명절 등 상통하는 풍속’의 주제로 매우 다양하게 전시돼 있다. 취안저우에서는 정성공의 기념관을 크게 지어 그의 업적을 기리는데 이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로 크게 강조한다.

중국민대연박물관은 중국과 대만이란 주제가 아니라, 푸젠성과 대만의 역사와 문화 및 생활권이 같음을 강조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서로의 역사는 깊고, 지리적으로 가까운 인연이며, 혈연이고, 교역관계는 넓으며 문화적으로는 같은 맥락이고, 법적인 인연은 오래 됐다는 점을 인민의 마음속에 심어주려는 것이다. 더군다나 취안저우 시내에 대만의 물건으로 넘치고 있고 이미 인적 교류 및 토산 생활용품 교류가 활발하니 통일은 그저 조용히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북핵문제와 상호 공방으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우리의 통일 대과제를 떠올리면서 실속 있는 푸젠성과 대만의 접근에서 보듯 중국의 조용하며 실속 있는 통합과정이 부럽기만 하다.

신용철 경희대 명예교수·중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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