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이익 극대화 전략 수립 필요 새해 들어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급격히 조성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의 가능성마저 성급하게 점쳐지고 있다.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최고위급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전제조건 없이 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한 언론기관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6%가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찬성했고, 반대 의견은 16.6%에 그쳤다. 당장에라도 남북관계 개선의 특수를 맞기라도 할 기세이다. 대통령과 여당엔 이만한 정치적 호재가 있을 수 없다. 야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자신들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이고, 다음 선거에서 종북·친북 논쟁에 휘말려 들지 않을 수 있어 더욱 좋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좀 더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북한은 핵실험, 인권탄압, 사이버 공격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미국 쪽에서는 새해부터 대북 강경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우리가 남북대화를 하려면 국제사회의 이해와 지지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으로부터 뭔가 얻어내야 한다. 그런데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북한이 우리와의 회담을 통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리도 없고, 인권탄압의 현실을 인정하고 개선할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사이버 공격을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남북대화에 매달리는 것일까. 우선 당위론적으로 남북대화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남북한 사이의 긴장을 완화하고 민족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남·북·러를 연결하는 철도나 가스관 건설과 같은 공동사업 추진을 위해서도 남북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렇게 당연시되는 남북대화도 실상은 하나하나가 고도의 국제적 협상이다. 남북대화를 당연시하는 태도는 대화라는 말이 주는 당위론적 명령 때문이기도 하다. 대화는 조건 없이 할 수 있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협상은 할지 말지부터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아낼 것인지에 대한 치밀한 계산을 필요로 한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 |
남북대화는 협상의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래야 남북대화를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추진할 수 있고, 신중하게 분석하고 대응할 수도 있게 된다. 우선 협상을 시작할 것인지 말 것인지, 그리고 시작하면 타결을 지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협상을 아예 시작하지 않거나 타결이 되지 않았을 때 우리가 받는 불이익의 규모가 그러한 판단의 기준이 된다. 그리고 협상이 시작되면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협상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우리의 양보는 최소화하고 상대방의 양보는 극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협상론에서 첫 번째 문제는 흔히 ‘배트나’(BATNA·타협안에 대한 최선의 대안)로 개념화되고, 두 번째 문제는 ‘윈셋’(Win-Set·타협이 가능한 양보의 크기)으로 개념화된다. 우리를 위한 최선의 대안을 개발하고 상대방의 윈셋을 키워야 협상이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다. 남북대화라는 표현에 현혹돼 현실을 놓치지 말고 협상의 시각에서 냉정하게 접근해야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개선도 이룩할 수 있다.
정진영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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