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인격체 존중 의식 없어… 교사 자질 향상 시급"
잊을 만하면 터져나오는 보육기관 내 ‘아동학대 사고’의 근본적인 대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보육시스템 전반의 문제점을 점검하고 부모와 사회가 어린이에 대한 관심을 더 높여야 한다고 주문한다. 정부가 그동안 일자리 창출을 위해 보육교사 확대에만 집중한 나머지 질적 수준 확보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인천 송도국제도시 입주민연합회의 한 학부모가 15일 보육교사의 어린이 폭행 사건이 발생한 문제의 어린이집 인근에서 ‘때리지 마세요, 안아주세요,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옥 덕성여대 명예교수(아동가족학)는 15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동학대의 근본적 원인은 어린이를 인간으로 존중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인격체로 보고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전국 4만3000여개 어린이집을 정부가 모두 통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부모와 우리 사회가 이번 문제에 관심을 갖고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소정 경희대 교수(아동가족학)도 “지난 정부에서 여성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보육교사를 너무 확대했다”며 “양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질적인 측면의 관리가 부실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 교수는 “평가인증제도를 엄격하게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현장의 반발로 여러 차례 무산됐다”며 “우리 보육 현실과 사회의 기대에 맞는 절충점을 찾아 보육의 질을 전반적으로 높이고 점검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노력이 절실하다. 이근배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장은 “지난해 아동학대 특례법이 발효돼 처벌이 강화됐지만 아동학대가 근절되지 않았다”며 “단순히 처벌만 강화하기보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요즘 아이들은 눈만 뜨면 어린이집을 가기 때문에 보육교사가 사실상 첫 번째 엄마가 된다”며 “이런 현실이 잘 알고 보육교사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정부나 사회도 이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 달에 한 번만이라도 부모가 어린이집을 찾아 급식당번을 하는 방식으로라도 선생님과 접촉을 늘리고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3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한 해 신고된 아동학대의 8.7%(591건)는 어린이집이나 아동복지시설 등 아동 양육 시설의 종사자들이 관련돼 있었다. 이 중 3%(202건)는 어린이집 종사자가 가해자였다. 보육교사의 교육과 평가 문제는 정부가 풀어야 할 근본적 과제 가운데 하나다.
김명순 연세대 교수(아동가족학)는 “보육교사의 진입 장벽이 너무 낮고 교육 내용의 평가나 검증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원장이나 교사가 물의를 일으켜 퇴출되더라도 과거 이력을 추적하기 어려워 다른 곳에서 새로 (어린이집을) 개설해도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보육정책 연구자는 “현재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보육교사와 민간기관에서 1년 교육을 마친 보육교사 등 다양한 경로로 보육교사가 배출되고 있다”며 “교사가 된 이후 자격증 승급과정에서도 이들을 평가하거나 점검하는 시험이나 제도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보육원 운영자 입장에서는 적은 인건비로 언제든 고용할 수 있는 인력이 많다 보니 자질 점검보다는 자리만 채울 사람을 뽑게 되는는데 이러한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천 어린이집서 보육교사가 음식을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여아를 폭행하는 CCTV 영상 모습 |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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