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손잡고 체계적 보존책 세워야 코끝에 닿는 봄바람이 싱그러운 봄, 온 세상이 꽃 천지이다. 길 위에서 만나는 뭇 생명들이 펼치는 향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롭다. 그런데 산림청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에게 가장 친숙한 나무인 소나무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소나무를 나라의 대표 나무인 국목(國木)으로 지정하려는 국회의원들의 결의안이 진행되고 있다. 반면 소나무 등 침엽수 위주의 조림이 생물다양성을 저해하고 큰 산불을 부추기므로 조림수종으로 부적합하다는 주장도 있다. 소나무에 치명적인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에 소나무 위기론도 나왔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한반도에서 소나무 숲이 사라질 수 있다는 비관론까지 있다. 소나무를 두고도 국민들의 시각이 서로 너무 다름을 알 수 있다.
소나무는 약 1억3500만년 전부터 6500만년 전 사이인 중생대 백악기 때 한반도에 처음 등장한 이래 이 땅에 가장 오랫동안 적응해 살아온 나무로 산림 면적의 23% 정도를 차지한다. 산림의 40% 정도에 달하는 침엽수림과 산림의 27%에 이르는 침엽수와 활엽수가 섞인 혼합림도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니 진정한 이 땅의 지킴이 나무이다.
소나무는 자연생태와 문화적으로 우리와 가까이에서 의식주와 역사를 함께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타인의 출입을 제한하기 위해 친 대문 위 금줄에는 장수를 비는 뜻으로 늘 푸른 솔가지를 꽂았다. 아이들은 솔밭 아래서 뛰며 글을 읽으며 자랐다.
소나무 목재로는 집을 짓고 가구를 만들고 송판으로는 망자(亡者)의 관을 만들었다. 소나무는 변치 않는 정절을 상징으로 사군자(四君子·梅蘭菊竹)와 함께 시와 그림의 소재였다.
소나무는 계절에 따라 다양한 혜택을 주었다. 봄철 보릿고개에 소나무의 속살인 송기와 솔숲에 나는 봄나물은 귀한 먹을거리였다. 여름에 마을 뒤 솔숲은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마을에 피해가 나는 것을 막아주었다. 가을철 깊은 산 소나무 숲에서 거두는 송이버섯과 복령 등은 귀한 소득원이었고, 한가위에 송편을 찔 때면 솔잎을 깔아 피톤치드의 살균력을 활용했다. 겨우내 뒷산의 솔숲은 차가운 북풍을 막아 주었고, 솔잎, 솔가지, 솔방울은 추위를 이기는 데 필수적인 땔감이었다.
계통분류학적으로 소나무는 식물계 관다발식물문 침엽강 소나무목 소나무과 소나무속(屬) 나무의 하나이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소나무속 나무는 바늘잎이 두 개씩 묶여 자라는 소나무, 곰솔, 만주곰솔 등 3종과 바늘잎이 다섯 개씩 묶여 있는 잣나무, 눈잣나무, 섬잣나무 3종 등 모두 6종이 있다.
한편 야산에 흔한 바늘잎이 세 개인 소나무류인 리기다소나무, 백송, 테에다소나무 등과 바늘잎이 다섯 개인 스트로브잣나무 등은 외래종이다. 백송은 조선시대에 중국에서 관상용으로 들여왔고 일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리기다소나무, 테에다소나무 등은 20세기 초 산림녹화를 위해 북아메리카에서 수입해 조림한 수종이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
소나무, 곰솔, 잣나무는 재선충병 때문에 수난을 겪고 있고 눈잣나무, 섬잣나무, 만주곰솔은 기후변화에 따라 미래가 불확실하다.
남북한에 널리 분포하는 소나무 등 토종나무들의 계통분류, 유전, 지리, 생태, 산림관리를 정부기관과 학계가 뜻을 모아 과학적으로 연구하고 체계적으로 관리 대응하는 데 힘을 모을 때이다.
공우석 경희대 교수·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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