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2m 높이 전봇대에 매달려 있던 벌집을 제거하다 22,900볼트 전기에 감전돼 중태에 빠졌던 소방관이 한전의료재단 한전병원과 긴밀한 협조로 생명을 살려낸 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임시공휴일이었던 지난 14일, 전남 광주 지역 노 소방장은 사고 직후 119앰뷸런스에 실려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하지만 감전으로 팔과 얼굴, 상반신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그의 상태는 심각했으며, 사태의 심각성을 판단한 의료진은 전기화상 치료경험이 풍부하고 전문 의료진을 확보하고 있는 서울 소재 한전병원으로 곧바로 이송됐다.
병원에 도착한 그는 전기감전으로 인한 화상 30%를 입어 얼굴을 포함해 양팔과 체부 대부분에 중증화상을 입어 빨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위독한 상황이었다.
화상전문의 의료진 24시간 응급치료체제를 갖추고 있던 한전병원은 조인수 응급의료센터장의 진두지휘 아래 정맥도관을 삽관하여 수액소생법 및 항생제 치료를 시행하였으며, 신속한 응급처치 후 곧바로 응급수술을 진행하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그를 무사히 살려냈다.
조인수 응급의료센터장은 "고압 전기감전 사고의 경우 심장, 폐, 근육, 골관절, 시력, 호흡기, 신장, 척수 및 신경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며 "화상에는 정도에 따라 사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골든타임이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압 전기화상은 여러 합병증 및 후유증을 남기는 중증 질환이다. 화상부위 외에도 호흡기, 장기, 관절, 외상 및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같은 정도의 화상을 입었어도 개인차가 크다.
또한 외상이 큰 경우가 있는가 하면, 장기 손상이 큰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상환자 한명 한명을 중심으로 하는 다학제적 맞춤 통합 진료가 필수적이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유경탁 외과 과장은 "고전압 전기 화상은 침범 부위가 넓지 않더라도 근육층과 골격 구조물까지 침범하여 4도 화상으로 분류된다"며 "그 당시 근육 골격계 구조물 등이 괴사되면서 근막절개술과 가피절제술, 피부이식술 등 응급수술이 시행되었고, 현재 호전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1937년 경선전기 의무실로 시작한 한전병원 화상재활연구센터는 국내 최초로 전기화상환자 진료를 시작, 전문 의료진이 긴밀히 협력해 진단, 수술, 치료, 재활, 재건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따라 맞춤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감염에 민감한 화상환자를 위해 중환자실 내 격리실을 갖추었으며, 집중 화상치료실을 갖춘 화상병동은 물론, 최첨단 화상치료 장비가 구비되어 있는 화상환자만을 위한 무균수술실도 갖추고 있다.
헬스팀 이경호 기자 kjeans2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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