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외교’ 전문가 평가 “對中 군사·안보분야 논의 전환점" 중국은 9·3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설 후 증대된 힘을 보여주기는 했으나 시진핑 국가주석이 병력 30만명 감축을 선언하는 등 대외적으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을 보여 박근혜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도 최소화됐다는 평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은 행사를 앞두고 각국 지도자들을 적극 초대했고 다른 국가들로부터 환영받으려는 노력을 보였다”며 “(이번 기념행사에서) 국력 증대를 통해 지역안보를 파괴하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중국이 이번 열병식에서 미국 등 서방을 상대로 호전적 메시지를 보낼 경우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 의미가 반감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는 의미다. 서정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미국 국내 정치용으로 중국의 동북아 위상이 커지는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뭐 하고 있느냐는 공화당의 공격 정도가 예상된다”고 같은 인식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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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박 대통령이 시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걷는 모습은 북한에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중국 중국중앙방송(CCTV)은 이날 열병식 행사를 생중계하며 박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 등 각국 지도자의 모습을 계속 내보냈다. 신상진 광운대 중국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서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국에서 의미 있는 국가 지도자로 대접을 받는 모습이 대외에 확인됐다”며 “한·중 관계가 군사·안보 분야를 논의할 수 있는 단계로 올라가는 전환점을 맞고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이어 “(CCTV에서) 최룡해 조선노동당 비서의 모습은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상징하는 것으로 비쳐졌다”며 “항일전에서 북·중이 함께 싸운 전우관계의 중요성이 감소하고 대신 한·중 우호관계가 부각됐다”고 말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시 주석 오른편으로, 푸틴 대통령 다음으로 자리한 것이 의미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시 주석과 함께 화면에 많이 잡히면서도 한·중 정상이 나란히 서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경례를 받는 상황은 피했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는 “박 대통령 위치가 시 주석 바로 옆이었다면, 한국이 중국에 경사됐다는 일본 지적의 빌미가 되고 미국한테 부담이 됐을 것”이라며 “의전을 사전에 논의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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