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K리그 33라운드 성남FC와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가 열린 성남 탄천종합운동장.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들어온 김도훈 인천 감독은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았다.
올 시즌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은 유난히 혹독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시민구단 인천은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자 시즌 전 주축 선수들을 대거 내보냈다. 시즌 중반에는 선수들이 승리수당을 받기는커녕 급여마저 한 달씩 밀리는 아픔도 있었다. 이런 상황이기에 인천은 시즌 전부터 강등 후보 1순위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상대를 끈질기게 따라붙는 일명 ‘늑대축구’를 구사하며 예상을 뒤엎고 돌풍을 일으켰다.
K리그에서 인천의 도전은 막을 내렸지만 FA컵이 남았다. 김 감독 역시 “아직 끝난 게 아니다”면서 필승을 다졌다. 인천은 14일 홈에서 2015 FA컵 준결승전을 치른다. 상대는 김 감독의 1970년생 동갑내기 절친 라이벌 노상래 감독이 이끄는 전남이다. 인천과 전남은 K리그 클래식에서 막판까지 경쟁하다가 제주의 극적인 승리 때문에 하위 스플릿으로 밀린 동지다. FA컵 우승팀에게는 내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이 주어진다. 이미 K리그 클래식에서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앉은 인천과 전남으로서는 서로를 반드시 넘어 ACL 진출권을 따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인천과 전남은 FA컵에서의 인연이 남다르다. 두 팀은 2006년 FA컵에서도 준결승에서 만났다. 당시 득점 없이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전남이 4-3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랐다. 두 팀은 2007년 또 한 번 준결승에서 맞붙었다. 이때도 전남이 2-0 완승을 거뒀다. 인천으로서는 이번에 반드시 설욕하겠다는 의지가 충만하다. 전남도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기세다.
인천과 전남은 모두 크로아티아 출신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인천의 수비수 요니치(24)가 ‘방패’라면 전남의 공격수 오르샤(23)가 ‘창’이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상대전적에서는 전남이 2승1패로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단판으로 끝나는 FA컵에서는 변수가 많아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
울산에서는 울산 현대와 FC서울이 결승행 문턱에서 한 판 승부를 벌인다.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간 울산도 ACL 진출권을 따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는 각오다. 승점 54점으로 K리그 클래식 5위를 달리고 있는 FC서울은 3위까지 주어지는 ACL 진출권의 희망이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또 서울은 지난해 FA컵 결승에서 승부차기 끝에 성남에 우승컵을 내줬다. 서울은 지난해의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K리그 클래식에서 14골로 나란히 득점 선두군을 형성하는 아드리아노(서울)와 김신욱(울산)의 ‘한 방’이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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