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중립 지킬 수 있는 용기 지닌 총장 나와야”
19일 전문가들은 새 총장에게 맡겨진 최대 과제로 ‘검찰의 중립성과 공정성 확보’를 들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하태훈 교수는 “일선 검사들이 정치권과 재벌 등에서 들어오는 각종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로 오직 수사에만 전념할 수 있게 외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총장이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호중 교수도 “검찰 조직은 총장에서 시작되는 피라미드 조직인 만큼 총장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정치권력의 입맛에 맞는 눈치보기식 수사나 재벌 쪽에 지나치게 편향된 수사에서 과감히 벗어나는 일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위원장을 포함해 9명으로 구성된 총장후보추천위에 대해선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더 많았다. 법조인 위주로 꾸려져 있어 과연 국민 눈높이에 맞는 선택을 할지 의문스럽다는 것이다.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서보학 교수는 “위원들 면면을 보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결국 대통령의 의중이 거의 그대로 전달돼 추천이 이뤄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다음부터는 위원 자리를 법조계 바깥에 개방해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충분히 들어갈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총장 후보군에는 TK 출신 검사가 3명으로 가장 많아
김진태 현 총장의 임기는 12월 1일까지다. 국회 인사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말에는 새 총장 후보자가 정해져야 한다. 현재 총장후보추천위가 검토 중인 후보는 사법연수원 16기의 김수남 대검 차장, 이득홍 서울고검장, 임정혁 법무연수원장과 17기의 김경수 대전고검장, 김희관 광주고검장,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 조성욱 대전고검장이다. 외부인사 중에선 17기의 최재경 법무연수원 석좌교수가 거론된다.
이들 중 김 차장, 이 고검장, 박 지검장 3명이 TK 출신이다. 고검장급 보직들 가운데 총장에 가장 근접해 있는 핵심 보직 세 자리를 모두 TK가 꿰찬 상태에서 총장 경쟁의 막이 오른 것이다. 경남 출신이지만 대구고를 졸업해 TK로 분류되는 최 교수까지 포함하면 총장 후보군의 절반 이상이 TK 출신이다.
검찰 관계자들은 ‘TK 고검장’ 3인이 가장 유력한 총장 후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먼저 김 차장은 2013년 수원지검장 시절 이석기 옛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을 수사함으로써 훗날 통진당 해산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경력이 후한 점수를 얻고 있다. 2003년 대검 중수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 밑에서 중수3과장으로 활약한 ‘특수통’이다. 다만 강신명 경찰청장과 청구고 동문이라 만약 그가 총장이 되면 양대 수사기관장이 같은 고교 졸업생으로 채워지는 점이 부담스럽다.
이 고검장은 2005년 서울중앙지검에 신설된 첨단범죄수사부 초대 부장을 지냈다. 보이스피싱, 기술 유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괴담 유포 같은 신종 범죄에 기민하게 대처할 적임자로 꼽힌다. 검찰의 ‘막후실세’로 불리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촌동서란 점이 어떻게 작용할지가 변수다.
박 지검장은 박근혜정부가 지난 3월 선포한 ‘부정부패와의 전쟁’의 야전사령관에 해당한다. 포스코 비리 수사를 비롯해 현재 검찰이 진행 중인 주요 수사 대부분이 그의 작품이다. 하지만 수사 최일선에 있던 서울중앙지검장의 총장 직행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은 점이 최대의 걸림돌이다.
◆TK 출신 아닌 임정혁, 김경수 등도 발탁 대상
비(非)TK 검사 중에선 서울 출신의 임 원장과 경남이 고향인 김경수 고검장이 하마평에 자주 오르내린다. ‘공안통’인 임 원장은 내년 20대 총선을 관리할 최적임자라는 것이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EG 회장과 중앙고 동문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김경수 고검장은 최 교수와 더불어 17기의 대표적 ‘특수통’으로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해본 경험이 누구보다 풍부하다.
김희관 고검장과 조 고검장은 지역안배 면에서 불리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희관 고검장은 전북 익산 출신이고, 조 고검장은 장인이 검찰 호남인맥의 대표주자로 불린 노승행 전 광주지검장이다. 김현웅 법무장관이 호남 출신인 만큼 총장은 호남과 무관한 인사를 앉힐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김민순 기자 so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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