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롯데와 SK가 깊은 고심에 빠졌다. 기존에 운영하던 면세점 자리의 활용 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양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는 수성에 실패한 월드타워점에 대해 명품관 확장, 코엑스점 이전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먼저 명품관인 '에비뉴엘'을 확장하는 방법이 거론되고 있다. 월드타워에 내 백화점 지분율을 높여 면세점의 빈 공간을 명품들로 채우겠다는 것이다. 현재 월드타워점에는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의 3.1배 규모인 225개 브랜드가 입점해있다.
이와 함께 기존 코엑스에 있던 면세점을 이전하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월드타워점의 지난해 매출은 약 4820억원으로 지난해 약 18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코엑스보다 3배가량 규모가 크다. 월드타워점으로의 이전은 매출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워커힐점 수성에 실패한 SK네트웍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1000억원을 들여 워커힐점의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하던 터라 타격이 크다.
신세계 백화점 본점에 자리를 내주게 된 SK네트웍스 또한 기존 면세점 공간을 두고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컨벤션센터로의 활용도 거론되고 있다.
한편, 두산그룹은 마침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리는 면세점 특허권을 품에 안았다. 두산그룹 지주사 격인 두산은 지난 14일 정부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에서 신세계DF와 함께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두산은 롯데면세점 롯데월드타워점, 신세계DF는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의 특허권을 각각 획득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 이중 두산그룹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강력한 유통 파워와 26년 노하우를 바탕으로 서울 외곽인 잠실에서 서울 시내 면세점 중 매출 3위(2014년 4820억원)를 기록하고, 내년 123층 타워 완공에 맞추기 위해 롯데월드타워점에 3조8000억원을 투자한 롯데그룹보다 두산그룹이 더 잘할 수 있겠느냐는 것은 단지 표면적인 우려다.
핵심은 두산그룹의 잦은 변신에 대한 비판이다. 모태였던 소비재 사업부문을 줄줄이 매각, 정리하면서까지 그룹 사업 방향을 수출 중공업 집중에 맞춰오다 최근 업황이 부진해지자 이번에는 중공업 사업부문을 잇달아 매각하는 것도 모자라 ‘유통 DNA’를 주장하며 다시 소비재 부문, 그것도 생소한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것을 도마 위에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선대로부터 오랫동안 전개해온 사업을 매각하고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다가 그 사업이 부진하자 남이 오래 키워온 사업을 탐내는 ‘카멜레온식 경영’은 ‘문어발식 경영’ 못잖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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