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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패권다툼 갈수록 격화… 한국 외교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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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11-18 10:00:00 수정 : 2015-11-18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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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리포트]‘한미동맹, 한·미·일 삼각협력’ 감안 美 지지 필요성 대두
“기원전 1세기 이래 한국의 국제적 지위는 대부분 우월한 힘을 자랑하는 중국이나 중국·일본 간 경쟁관계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 한국의 역사는 2000년이 넘도록 한국을 지배하는 어느 우월한 한 나라 혹은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두고 경쟁하는 두 나라 간의 세력균형에 의해 결정되어 왔다.”(한스 J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대부인 모겐소는 1948년 펴낸 저서에서 한국을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 ‘운명결정권’을 상실한 약소국으로 묘사했다. 그러나 모겐소는 여기에 약소국도 약소국의 강력한 동맹국이 대치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 자산을 소유하게 되는 경우 동맹 안에서의 지위도 상승한다고 지적했다. 

17일APEC 회의참석차 필리핀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 도착한 박근혜 대통령이 트랩을 내려오고있다.
마닐라=청와대사진기자단
약 70년이 지난 2015년 한국의 국력은 모겐소가 당시 평가한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은 위상을 지니게 됐으나 여전히 국제질서의 주도권을 거머쥐기 위한 강대국의 패권다툼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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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부상… 미·중 갈등 격화

미국과 일본 주도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남중국해 등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 또는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은 두 나라와 경제·안보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한국으로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 현장 근로자가 최근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사진을 올려 베일에 가려졌던 공사 현장의 모습이 드러났다며 최근 홍콩 명보 등이 보도한 사진. 중국의 인공섬 건설로 촉발된 미·중 간 갈등은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까지 치달았다.
연합뉴스
남중국해 문제는 향후 미·중 간 패권경쟁의 향배를 결정지을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사안이다. 미국은 중국의 남중국해 내 인공섬 건설 등 해상 통제 시도를 동아시아 내 세력균형을 파괴하는 심각한 도전이자 미국 해군력과 해상력의 주요 통행로를 차단하려는 의도를 지닌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차관보가 지난 5월 연방상원 외교위 청문회에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 중인 인공섬은 갈수록 군사적 목적을 위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며 “그 어떤 국가라도 크기와 힘을 키워 다른 나라들을 종속시키려 시도한다면 미국이 이를 좌시할 순 없다”고 강조한 데서 미국의 입장은 분명히 확인된다.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라슨이 2012년 2월 항해하는 모습.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건설하자 미국은 항행의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며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구축함 라슨을 투입해 미·중 간 군사적 갈등이 고조된 바 있다.
연합뉴스
B-52 전략 폭격기
미국은 최근 구축함과 항공모함에 이어 전략폭격기까지 남중국해에 파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으며, 남중국해를 둘러싼 영유권 갈등은 오는 18, 19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확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과 호주, 영국 등은 이미 미국과 입장을 같이하며 중국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전략적 모호성 한계 봉착할 것”

미·중 사이의 패권 갈등이 격화하면서 우리 정부는 현안별로 모호한 정책을 구사했으나 지속성 여부와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미국은 겉으로는 한국 정부가 미·중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하고 있으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정책 사령탑인 러셀 차관보가 지난 6월 워싱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와 한국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 전략대화 세미나에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을 당시 외교부는 “일반론적 차원의 견해 표명”으로 치부했다. 

G20끝내고 APEC이동하는 G20 정상회담을 마치고 APEC회의 참석을 위해 필리핀으로 이동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전용비행기가 17일 새벽(현지시간) 터키 안탈리아 공항에서 출발을 위해 준비하고 있다. 뒤로 아베 일본 총리의 전용기와 미국 오바마 대통령 일행의 비행기도 보인다.
마닐라=서상배 선임기자
이로부터 약 넉 달 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만약 중국이 국제 규범과 법을 준수하는 면에서 실패한다면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정부의 분명한 태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남중국해의 남자도 나오지 않았다”며 언론의 잘못된 해석 탓으로 돌렸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정부는 뒤늦게 암초에 활주로 인공섬을 건설한 중국을 겨냥해 “국제규정 준수”를 강조하고 구축함을 파견한 미국을 향해서는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논평을 내놨다. 

현실주의 입장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한·미 동맹과 한·미·일 삼각협력 체제를 고려한다면 애시당초 미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형 경항공모함인 1만4천t급 독도함이 16일 오전 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에 처음으로 입항해 안전하게 접안하고 있다.
연합
군사·안보 문제에 관한 한 동맹체제 내에서 확실한 역할을 해야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고 국력을 키울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수출 물동량의 30%, 수입 에너지의 90%가 통과하는 남중국해 해상로의 중요성을 감안하더라도 정부가 머뭇거릴 이유는 없었다는 지적이다.

국책연구원의 한 전문가는 “향후 중국의 부상이 계속되면서 중국이 남중국해에 이어 동중국해와 서해(황해)를 대상으로 한 내해화 과정도 추진할 수 있다”며 “러셀 차관보의 발언 의도를 간파하지 못하고 한·미 정상회담 자리에서 한국을 압박하는 발언이 나오기까지 상황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은 외교적 실책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국익과 외교전략이 명확하지 않을 때 외교정책은 사안별로 애매모호하거나 뒷북 대응을 하는 실수를 노출하게 되는데, 바로 이 지점이 강대국들이 한국을 압박하는 틈새로 활용된다”고 짚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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