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외환은행 출신 고령 지점장들이 ‘1차 정리’ 대상으로 찍혔다”는 등 차별을 받고 있다는 불온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KEB하나은행 내부에 구조조정 관련 소문이 퍼지고 있다.
KEB하나은행 직원 A씨는 “구 외환은행 출신 지점장 가운데 1961년생 이상을 구조조정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계속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구 하나은행 출신 지점장과 연령대를 맞추기 위함이라고 알려졌다”며 “소문이긴 하지만,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 걱정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구 하나은행과 구 외환은행의 항아리형 인력 구조는 통합 전부터 ‘골칫거리’로 지적됐었다. 당시 구 외환은행은 345곳의 지점에 지점장급 인원은 865명, 책임자급 인원은 2305명에 달했다. 구 하나은행도 지점 수 606곳에 관리자 수 1134명, 지점장을 노리는 과장 및 차장이 2649명을 헤아렸다.
이를 피라미드형 인력구조로 재편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신입 행원 채용과 함께 올해초 국민은행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늦든 빠르든 시기의 문제지, 언젠가는 KEB하나은행에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통합 시 “2년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약속대로라면, 2017년초까지 구조조정은 없다.
그럼에도 KEB하나은행 직원들은 쉽게 불안감을 누르지 못하는 양상이다.
KEB하나은행 직원 B씨는 “‘5년 독립경영 약속’도 지키지 않았는데,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 믿기는 힘들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직원 C씨는 “인위적으로 하지 않고, 특별퇴직금을 건 뒤 희망퇴직을 진행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단순한 헛소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구조조정 여부는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불안감을 더 부추기는 것은 최근의 노사합의에서 구 외환은행 출신만 연봉을 반납하기로 결정하면서 “외환은행 출신이 차별받는 것 아니냐”는 염려다.
KEB하나은행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외환은행지부는 지난 16일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 상생'을 전격 선언했다. 이에 따라 KEB하나은행 직원들은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임금 인상분 2.4%를 전액 반납하기로 했다.
단 연봉 반납은 외환은행지부 소속, 즉 구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만 해당된다.
KEB하나은행은 통합 시 노조는 이원화된 채로, 그것도 두 노조 모두에게 단체협상권을 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때문에 구 외환은행 출신 직원들은 여전히 외환은행지부에 소속된 상태다. 즉, 이들만 임금을 반납해야 하며, 구 하나은행 출신 직원들은 해당 의무가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 외환은행의 대우조선해양 관련 부실이 너무 크기 때문”, “통합 과정에서 이미 200%의 성과급을 지불했기에 임금 인상분은 반납하는 게 합리적” 등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KEB하나은행 측은 모든 설을 부정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현재 금융권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에 서로 공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은행지부와 협상이 먼저 끝나서 발표했을 뿐”이라며 “현재 하나은행지부와도 같은 내용의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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