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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新 등골 브레이커' 논란…"비싸면 안사면 되잖아?"

입력 : 2015-11-18 10:28:56 수정 : 2015-11-18 10:2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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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동구 길동에 사는 고등학생 김모(18)군은 최근 친구들과 관계가 서먹해졌다. 친구들이 주말마다 한강에 자전거를 타러 가는데, 가정 형편상 값비싼 자전거를 구입할 수 없어 혼자 남기 때문이다. 학교에 가도 자전거 탄 이야기를 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곧장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김씨는 “그때마다 자신만 벙어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라며 “집안 경제환경이 어려워 부모님께 사달라고 헐 처지가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엑소 이어폰 123만원, 빅뱅 야구점퍼 17만5000원.

이는 국내 굴지의 연예 기획사가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아이돌 상품의 가격이다. 기획사들은 아이돌의 로고나 사진이 디자인으로 가미된 의류나 장신구·응원도구 등을 판매하고 있다.

◆팬심에 기대 동종 상품 대비 비싸게 판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아이돌 상품이 청소년들의 이른바 ‘팬심’에 기대 동종 일반 상품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게 판매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라 높은 가격순으로 15개 상품의 가격을 합치면 A기획사 384만4000원, B기획사 105만3000원, C기획사 47만8000원이다. 주 소비층이 청소년인 걸 감안할 때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은 이들 기획사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상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상품 가격을 멋대로 높게 매기고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청소년들의 팬심을 돈벌이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에 나섰다. 청소년들이 고가 상품 구매에 쓰는 돈은 결국 부모로부터 나오기 때문에 '신(新) 등골브레이커'로 등장했다.

◆청소년들이 쓰는 돈 결국 부모로부터 나와

이후 공정위는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 2곳을 특정해 조사에 착수했다. 대개 공정위가 조사를 시작했다고 하면 관련 상품의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된다.

하지만 담합 건을 제외하고 시장 가격에 대해 경쟁당국이 개입할 법적 근거는 없어, 사실상 현실적으로 제재 조치를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보통 시장점유율이 높으면 시장지배자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 점유율이 결정적 판단 근거가 되진 않는다.

기술의 발달로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한순간에 바뀔 수 있기 때문에 혁신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판단하는데 있어 점유율은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엑소 이어폰'과 '백뱅 야구점퍼'가 아니라면 청소년들이 굳이 관련 상품을 구입하지 않게 된다면 이는 수요대체성이 인정되지 않아 독과점으로 볼 여지는 있다.

그러나 독과점과 관련한 규제는 불공정 경쟁이 발생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독과점 사업자가 가격을 지나치게 낮춰 다른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거나 이미 공고해진 독과점 구조에서 단독으로 시장 가격을 높이는 경우 규제할 수 있다.

◆비싸면 소비자가 구입 안하면 된다

이 때문에 공정위가 시장지배적 지위와 관련한 법리로 아이돌 상품을 판매하는 기획사를 제재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공정위가 과거 영화관들의 팝콘 가격 뻥튀기에 대한 조사에서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결국 '비싸면 소비자가 구입 안하면 된다'는 시장 논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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