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FTA 체결과 발효에 심혈을 기울인 것은 우리의 무역의존도가 날로 급상승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수출주도형의 경제발전 모델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했다. 2000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했던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62.4%에 육박했던 것이 2003년에는 57.9%의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7년 69.4%, 2008년에는 갑자기 2007년에 비해 23%포인트 급등하면서 90% 선을 넘어섰다. 2014년 말엔 99.5%나 된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
한·EU FTA가 잠정 적용되기 이전인 2010년의 대EU 수출증가율은 14.8%를 기록했다. 그러나 2011년에는 4.2%로 감소했고, 2012년과 2013년에는 -11.4%와 ?1.0%를 기록했다. 2014년에 들어와 5.7%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2015년 EU의 양적완화정책에 따른 유로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수출상품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져 10월 말 현재 대EU 수출은 1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의 EU 수입률은 증가세를 보였다. 2011년 22.5%의 증가율을 시작으로 2013년과 2014년에도 11.6%와 10.9% 등 두 자릿수를 꾸준히 기록했다.
미국과는 FTA 발효 전 2011년의 대미 수출이 12.8%의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012년 4.1%, 2013년 6.0% 등 소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다행히 2014년 들어 13.3%로 급상승하면서 그나마 위안이 됐다. 우리의 대미 수입은 2012년과 2013년에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지만 2014년에는 9.1%의 증가율을 보였다. 한·미 FTA의 혜택 품목 증가율에서는 발효 첫해인 2012년 12.8%였으나 2013년 6.4%, 2014년 4.3% 등 해마다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FTA가 경제에 활력소는 될 수 있다. 그러나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왜냐하면 무역은 사고파는 사람이 전제된다. 물건을 사고자 하는 사람이 돈이 있어야 한다.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우리 수출시장에서의 구매력은 아직 회복 중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수출시장에서의 구매력이 완전히 회복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FTA의 뒷받침이 돼야 한다. 즉, FTA의 진정한 효력은 단순한 시장 개방에 있는 것이 아니고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자생력을 갖춘 산업에 달려 있다. 이제는 FTA에 안주하는 것보다 우리의 산업발전에 힘쓸 때이다.
주재우 경희대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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