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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 학원X3 → 학습지… 행복할 시간 없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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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16 19:13:38 수정 : 2016-02-17 13: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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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길을 묻다] 고달픈 한국 청소년들… '행복지수' 7년째 최하위권
초등학교 4학년 지현이(가명)의 하루는 마치 어른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아침 7시30분에 일어나 8시40분까지 등교해 수업을 끝마치면 오후 2시. 하지만 지현이의 하루 일과는 아직 절반도 끝나지 않았다. 방과후학교와 매일 2∼3개씩 잡혀 있는 학원수업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와 수학, 바이올린, 수영까지 정신없이 이어지는 학원수업을 받고 나면 어느새 날이 어두워진다. 집에서 어머니가 준비해 준 저녁식사를 마치고 학원숙제와 학습지 풀이를 마치면 그때야 지현이의 하루가 끝난다.

이런 삶 속에서 지현이는 행복할까? 지현이의 어머니 이정희(가명)씨는 “학교와 학원에 하루 열 몇시간씩 매어 있는데 왜 힘들지 않겠느냐”면서 “지현이가 힘들어하는 것도 다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지현이는 7개의 학원을 다니는데 주변에 10개 넘게 다니는 아이들도 많다. 사정이 이러니 우리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지현이를 마지못해 학원에서 많은 과목을 공부시키는 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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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행복감’ 7년째 OECD 최하위권

지현이의 사례는 2016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대부분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학교와 학원, 공부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행복을 느낄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실 우리 사회 청소년들의 행복감이 세계 최하위권이라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에 따르면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초등 4학년∼고교 3학년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도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들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2014년 기준 90.4점으로 나타났다. 주관적 행복지수가 조사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3개 가운데 19위다. 

2009년부터 매년 시행되고 있는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한 번도 OECD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009년부터 6년 연속으로 최하위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OECD 꼴찌를 탈출했지만 여전히 평균점인 100점에 턱없이 모자란다.

연세대학교 사회발전연구소 관계자는 “한국의 주관적 행복지수 순위 상승은 외국 청소년들의 행복지수가 악화된 것의 반사효과”라고 분석했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도 크게 떨어졌다.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 또는 ‘매우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74.3%로 OECD 국가 평균인 86.05%보다 크게 낮았다. 심지어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10명 중 2명 정도는 자살충동을 경험하기도 했다. ‘자살충동을 느껴본 적 있다’고 답변한 학생들을 학교급별로 보면 초등학생 14.3%, 중학생 19.5%, 고등학생 24%로 상급학교로 갈수록 급격히 상승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감 부재의 원인으로 과도한 학업부담과 이로 인한 자율적 결정권의 부족을 꼽는다. 이는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때’와 ‘가장 불행하다고 느낄 때’에 대한 어린이·청소년들의 답변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초·중·고생들은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할 수 있을 때’ 가장 행복감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초등학생의 경우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 33.9%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만 행복하다고 대답했다. 중학생은 43.3%, 고등학생은 47.4%로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이같이 답변했다.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낼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답변도 초등학생 22.3%, 중학생 29.1%, 고등학생 28.0%에 달해 자아실현과 원만한 사회적 관계가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행복에 직결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평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성적 압박이 심할 때’와 ‘학습 부담이 너무 클 때’로 나타났다. 초등학생의 경우 ‘부모와 관계가 좋지 않을 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다는 비율이 가장 많았다. 과도한 사교육과 성적에 다한 압박감으로 정작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 어린이·청소년들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결과다.

◆‘나만의 시간’이 없는 아이들

실제로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하루일과표는 대부분 타율적 삶으로 가득 차 있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조사’ 결과 초등학생의 필수생활시간은 12시간5분, 의무생활시간은 7시간1분으로 나타났다. 중학생은 필수생활시간 11시간13분, 의무생활시간 8시간46분이었다. 고등학생의 필수생활시간은 10시간22분인 반면 의무생활시간은 10시간16분에 달했다.

필수생활시간은 수면과 식사 등 생존에 필수적인 시간, 의무생활시간은 일·학습·이동 등 자신에게 지워진 의무적 역할을 수행하는 시간으로, 결국 우리 사회 어린이·청소년들은 하루의 80% 가까운 시간을 자신의 의지로 선택하지 않은 일을 하며 보내는 셈이다.

이처럼 학교와 학원 등으로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타율적으로 보내다 보니 정작 행복감에 직결되는 자아실현과 사회적 관계 형성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는 자아가 성장하지 못하고 어린이·청소년들이 쉽게 불행감에 빠지는 원인이 된다.

김경식 경북대 교수(교육학)는 “과도한 교육을 시킨 아이들이 방치된 아이들보다 더 성공할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과 욕심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아이들이 사회적 관계를 형성할 시간을 갖지 못하고 틀에 맞춰진 삶을 살게 되면 성장하면서 친구, 이성과 어울리는 데에, 성장 후에는 직장 동료들과 어울리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타임스가 삽화로 묘사한 한국 학생들의 일상. NYT 캡처
오윤자 경희대 교수(아동가족학)는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권위적일수록 아이들은 저항할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가면적 태도를 보인다”면서 “아이들에게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 대신 타율적 삶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된 오지랖, 잘못된 허울”이라고 밝혔다.

결국 해결책은 과도한 경쟁을 자초하는 입시제도의 개혁으로 모아질 수밖에 없다.

김경식 교수는 “결국 학부모 문화의 변화가 필요한데, 입시제도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처방이 있어도 정상화되기 힘들다”면서 “대학입시제도가 하위 교육문화를 다 좌우하기 때문에 학교 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 입시제도 개혁부터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필웅·권이선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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