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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 스토리] "일과표 쫓겨 놀시간 없어요"…TV·스마트폰이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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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2-27 10:30:00 수정 : 2016-02-27 13:2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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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OECD 하위/ 놀이 통해 원만한 대인관계·배려심 못 배워 “더 놀고 싶지 않냐고요. 놀기만 하면 한심한 사람이 되잖아요.”

딱 30분.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승현(9·가명)이가 하루 동안 맘껏 뛰놀 수 있는 시간이다.

오후 1시30분, 학교 수업이 끝나면 승현이는 친구들과 우르르 정문 앞으로 달려나가 줄지어 있는 노란색 학원 버스에 올라탄다. 학원에 도착해 2시간 동안 영어 수업을 들으면 비로소 휴식시간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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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이는 피아노 학원 버스가 오기 전까지 30여분 동안 아파트 단지에 있는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낸다. 친구라도 만나는 날에는 땀범벅이 되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지만 버스가 도착하면 곧장 가방을 둘러메고 학원으로 향한다.

노는 것은 1989년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들의 권리이다. 우리나라는 2011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제3, 4차 국가보고서 심의에서 아동권리협약을 이행하지 않는다며 80여개의 이행과제를 권고받았을 정도로 심각한 아동인권 ‘불모지’이다.

심각성을 뒤늦게 자각한 정부와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가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 아동놀이헌장 등을 발표한 지 10개월이 다 돼가지만 승현이처럼 여전히 ‘놀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초등학생 17.6%… “하루 한 시간도 못 쉬어”

대학 입시와 취업 등 갈수록 경쟁이 치열한 데다 맞벌이 가정이 많아 부모들도 어쩔 수 없이 자녀를 학원에 보낼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이현주(39·여·서울 관악구)씨는 “숙제하다 잠이 든 아이 얼굴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플 때가 많다”면서도 “하지만 아이가 나중에 사회에서 도태될 때 받을 상처가 더 걱정돼 억지로 공부를 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어린이들이 최근 서울 중랑구의 세화어린이공원에서 플레이코치의 지도에 따라 뛰어놀고 있다.
플레이코치 제공
26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한국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연구Ⅳ’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 25% 이상이 하루에 1∼2시간밖에 여가 시간을 갖지 못한다. 휴식을 1시간도 즐기지 못하는 학생도 17%가 넘는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상황은 심각하다. 고등학생 43.1%의 여가 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1시간도 채 되지 않는다.

반면 수업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다. 유니세프(국제아동기구)가 2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아동의 학업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가장 높았다. 전체 평균 33.3%보다 무려 17.2%포인트 높은 수치다. 이 결과 한국 아동·청소년의 행복지수는 2009년부터 7년째 조사대상 OECD 회원국 23개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있어도 혼자 스마트폰만…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져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놀이터에 가도 놀 친구가 없다고 아이들은 볼멘소리를 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 아동들은 시간이 있어도 친구들과 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김윤주(8·서울 동작구)양은 “친구들과 미리 약속해 주말에 논 적은 있지만 학교가 끝나고는 다들 학원에 가느라 놀이터에서 만날 수 없다”며 “집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할머니와 대화를 하는 게 전부”라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실제로 우리나라 아동이 주말에 많이 하는 것은 ‘TV 및 DVD 시청(61.4%)’과 ‘컴퓨터 게임(48.7%)’이다. 아동들이 주중에는 55분, 주말 및 공휴일에는 98분 동안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등 상당한 시간을 스마트폰을 만지면서 보낸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자녀들을 놀게 하면서도 유익한 시간을 보내게 하기 위해 직업체험학교와 오감발달수업 같은 체험학습장이나 키즈카페를 찾는 부모들도 늘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아이들은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거나 처음 보는 놀이기구를 체험해보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주부 소모(34)씨는 “아이를 놀이터에 데려가봤지만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없다보니 마음 편히 놀지 못했다”며 “그나마 놀이교육을 하러 가면 새로운 놀잇감이 많다보니 혼자서도 잘 노는 것 같다”고 전했다.

놀지 못하는 아이는 사회적 단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희대 오윤자 교수(아동가족학)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는 기회를 부모에게 빼앗긴 아이들은 자율적이고 주도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며 “결국 놀 권리를 빼앗긴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 늘 가슴 속에 분노를 품게 되고, 대인관계에서 불평이나 불만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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