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전·현직 인권위원들 '테러방지법 지지 의견서' 공개 사과 요구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 소속 전·현직 인권위원들이 하창우 회장 등 일부 변협 집행부가 테러방지법 찬성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한 것에 강력 반발하며 공개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하 회장은 지난달 29일 정기총회에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유감을 표명했지만, 사안의 성격상 유감 표명 수준으로 끝낼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위은진(44·31기) 변호사 등 변협 전·현직 인권위원들은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변협은 테러방지법안 의견서가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밝혀라"며 "변협 집행부는 국회, 소속 회원, 국민을 상대로 공개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변협 일부 집행부는 변협의 이름으로 논란 많은 법안에 대해 하루 만에 전부 찬성 의견서를 작성했다"며 "집행부 구성원인 부협회장·상임이사들에게조차 의견서 작성, 제출 사실을 숨기고 대화와 소통을 요구하는 회원들에 대해 연락두절로 대응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변협 역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습공격 군사작전 같았던 의견서 제출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며 "최근 변협은 변호사들의 대표기관도, 회원이 주인인 회원조직도, 인권을 추구하는 인권단체도 아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전·현직 인권위원 등은 변협 집행부의 안일한 상황 인식을 심각하게 평가한다"며 "변협 소속 1000여명에 달하는 변호사들이 이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테러방지법에 대해서는 "인권보호관 1명이 대태러 활동으로 인한 인권침해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은 법리적 접근도 전혀 필요없는 단순한 상식의 문제"라며 "변협의 의견서는 사실상 헌법상의 핵심 기본권을 배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변협 명의의 테러방지법안 의견서는 죄형법정주의, 적법절차, 영장주의를 배제한 법치주의 포기 각서"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같은 맥락에서 변협에 ▲의견서가 변협의 공식 입장을 반영한 것이 아님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 ▲의견서에 관여한 변협 집행부는 국회, 소속 회원, 국민 상대로 공개 사과할 것 ▲사태 규명 및 재발 방지 위한 감시 시스템 도입 ▲법제위원회·인권위원회 지원 및 보장 ▲법안 검토 및 적절한 절차와 방식으로 의견을 제시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앞서 변협은 지난달 24일 테러방지법을 지지하는 내용의 '국민보호와 공공안정을 위한 테러방지법안 및 동법 본회의 수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해당 의견서에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국민보호, 공공안정의 필요성과 국민의 인권침해 방지를 조화시키고 있는 타당한 입법'이라며 전부 찬성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