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지음/중앙일보 김종필증언록팀 편집/와이즈베리/5만원 |
김종필(JP)의 삶은 현대사다. 대한민국 현대사는 격동과 파란의 연속이었다. 그가 연출했고, 몸담았던 시대였다. 성취와 고뇌, 좌절과 영광의 순간이었다. 그는 언론사를 통해 그 시대를 증언하고 기록으로 남겼다.
언론사 증언록팀은 지난해 3∼ 12월 모두 114회 신문에 연재된 ‘김종필 증언록-소이부답’의 내용을 두 권의 책으로 담아냈다. 5·16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생각까지 JP의 43년 정치 인생이 녹아 있다. 대한민국 현대사에 숨어 있던 거친 곡절과 절묘한 반전을 흥미진진하게 보여주고 있는 게 그의 증언이다.
JP에게 따라붙은 또 다른 말은 ‘낭만파’였다. 기타를 치던 서울대 재학 시절 여학생들 사이엔 인기남이었고, 뇌섹남이었다. 그래선지 정치판에서 그런 끼를 제대로 발휘했다. 정치를 요리할 줄 알고, 밀당을 잘했다. 군부독재를 보좌했다는 세간의 혹평에도 그에겐 미워할 수 없는 매력 같은 게 내재돼 있다는 평이다. YS, DJ와 더불어 지역 정서에 기반한 3김 정치를 열었다는 비판론도 이젠 수그러들고 있다. 일본에서도 JP는 통하는 정치인이었다. 일본의 원로 정치인들은 JP를 가장 말이 통하는 한국 정치인으로 대접하고 있다.
그와 대화할 땐 바둑이 필수 코스다. 기자들과 문답할 때도 바둑 용어를 곧잘 사용했다. 바둑을 모르는 기자들은 어리둥절하기 일쑤였다. 해외 순방으로 장시간 비행 중에도 그는 어김없이 바둑을 두며 정국을 구상하고, 외교 전략을 수립했다.
그는 일제강점기인 1926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났다. 대전사범을 나와 초등교 교사를 지냈다. 해방 직후 서울대 사범대를 거쳐 육사(8기)를 졸업, 군문에 들어갔다. 6·25전쟁에 중위로 참전, 압록강까지 진격해 중공군을 포로로 잡기도 했다. 1960년 4·19혁명 직후 정군운동을 주도하다 구속되어 중령으로 강제 예편됐다. 5·16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고, 초대 중앙정보부장과 제11, 31대 국무총리를 지냈고, 최다선인 9선 국회의원을 기록했다. 공화당, 신민주공화당, 민자당, 자민련 등 4개 정당의 총재, 대표를 지냈다. 2004년 정계를 은퇴했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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