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인공지능, 인간의 편리성 추구
미국·한국의 기술 격차 대략 2년
10년 후 2000조 시장… 공략 준비를 이세돌 9단과 구글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인 알파고의 바둑 대결로 전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9일 이 9단에게 충격적인 패배를 안겨준 1국을 시작으로 5국까지 펼쳐지는 이 ‘세기의 대결’ 최종 결과는 마지막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이 9단에게 승리하든 패배를 하든 이미 과거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바둑이라는 게임 정복에 AI가 거의 다가섰다는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을 듯하다.
AI는 기존 산업이 정보통신기술(ICT)과 결합되는 이른바 4차 혁명의 핵심 화두로서 알파고 때문에 세계적인 이슈가 됐지만 최근 몇 년간의 기술 발전은 놀라울 정도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11년 IBM의 AI 컴퓨터인 왓슨은 세계 최고의 퀴즈왕을 상대로 대결을 펼쳐 우승한 바 있다.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에서도 AI 관련 기술에 큰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테슬라모터스의 일론 머스크,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AI의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경고를 공개적으로 하고 나서면서 과거에는 일부 전문가만 관심을 갖던 AI에 대해 일반인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AI가 그동안 인간의 전유물이었던 일자리마저 빼앗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만약 이 시기가 도래한다면 현재의 일자리 수백만개가 갑자기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에 반발해 과거 산업혁명 당시 기계를 거부했던 ‘러다이트 운동’이 새롭게 재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화나 기술 진보를 통한 일자리의 변동은 인류 역사에서 주기적으로 있었던 것이므로 과도하게 두려움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의 발달된 정보기술(IT) 환경을 감안한다면 변화에 대처하는 인간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래에 인간은 어떤 일을 하고 살게 될까. 로봇이나 AI가 많은 직종을 대체해 나갈수록 사람들은 인간이 공들여 만든 일종의 수제품(handmade)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대량의 생산성과 표준화를 통해 그 가치가 결정됐다면 오늘날 우리가 인정하는 명품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AI가 공학 등 각종 산업에서 인간을 대신해 생산성을 증대시키면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는 무난히 충족될 것이다. 이럴 경우 대부분의 인간은 본능에 충실해 여가 위주의 생활을 하려 들지 모른다. 그렇지만 인간이 완전히 일을 도외시하며 손을 놓을 가능성은 없다. 인간은 어떻게든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할 것이며,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사회에서 일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함이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촉매제로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이에 선진국에서는 로봇, AI와 함께하는 여러 연구를 포함해 AI와 로봇이 일상화된 사회에 대한 대비를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우리도 로봇, AI와 함께하는 일에 대한 대비를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내 AI 기술은 글로벌 IT에 크게 뒤지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AI 기술을 100으로 본다면 한국의 수준은 75 정도이며, 기술 격차는 2년 정도로 평가되고 있다. 세계 AI 시장 규모가 2025년 2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이 9단과 알파고의 반상 대결은 승부를 떠나 미래를 대비해 우리의 AI 산업 발전의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교수·미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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