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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한국사교과서집필자협의회는 정부가 내년부터 국·검정교과서를 혼용하려고 추진 중인 새 검정교과서 제작에 불참키로 했다고 18일 밝혔다. 협의회는 이날까지 전체 회원 45명의 의견을 모두 취합했고, 이르면 20일 집필 거부 성명을 발표한다. 중학교 역사교과서의 일부 집필진도 집필을 거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의 집필 거부는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편찬기준을 거의 준용(遵用)하고, 검정기준·절차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국정교과서와 다름없는 교과서를 쓰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비상교육 한국사교과서 대표 저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역사문화학)는 “국정교과서를 폐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정교과서를 만들면 사실상 7, 8개의 국정교과서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고자 검정기간을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줄인 점 역시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정교과서 집필진은 새 교육과정의 역사 과목 적용을 2019학년도 이후로 미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교육부는 예정대로 내년부터 새 교육과정에 따른 국·검정교과서를 학교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올해부터 국정교과서를 사용할 연구학교 지정 절차를 밟는 등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출판사들은 다른 집필진을 섭외하는 등의 방법으로 검정심사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 영역으로 지정되고, 최근 역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역사교과서 시장에서 빠지면 사업 타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역사과목 교사 2000여명이 소속된 전국역사교사모임은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8도 역사교사 세종 진공작전’ 집회를 열었다. 이번 집회는 전국역사교사모임의 첫 전국단위 집회다. 이들은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즉시 철회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행진과 각종 문화 행사를 진행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새누리당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검정교과서 집필진과 역사단체들이 ‘좌편향’됐다는 등의 발언을 한 박성민 교육부 역사교육정상화추진단 부단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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