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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에도 모든 유람선 정상운항…패키지 관행 앞세워 ‘묻지마 승선’ [다뉴브강 유람선 참사]

입력 : 2019-05-31 19:13:46 수정 : 2019-05-31 19: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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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안전불감증 도마 / 관광객은 한국 출발 전에 일정 동의 / 현지 인솔자엔 출항 결정 권한 없어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한국인 관광객 33명이 탑승한 유람선이 침몰하는 사고 당시 영상이 공개됐다. 연합뉴스

 

폭우가 쏟아진 악천후에도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유람선 승선 일정이 강행된 이유는 뭘까. 유람선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추돌’이지만, 관행을 내세운 여행사 등의 안이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31일 참좋은여행에 따르면 사고가 난 유람선은 비가 많이 내려 수심이 깊고, 강의 유속이 거센 상황에서 출항했다. 여행사 측은 사고 당시 모든 유람선이 정상적으로 운항하고 있었고, 관광객들이 여행 출발 전 한국에서 이 일정에 모두 동의한 상태여서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여행사 측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동유럽 관광 일정에서 유람선이 출항할지 말지에 관한 판단은 인솔자나 관광객이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다. 다뉴브강 야경투어의 경우, 정박해 있는 유람선의 선장이 출항가능 신호를 보내면 그걸 믿고 탑승해 관광하는 식으로 일정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참좋은여행에서 동유럽 다뉴브강 야경 투어 일정을 다수 소화했던 인솔자 A씨는 “관광객에게 야경 투어를 할지 말지를 묻고 하는 그런 과정은 없고, 일반적으로 운항이 가능하다는 사인이 배에 있으면 탑승한다”며 “우리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그런 식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관광객들이 탑승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침몰한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머르기트 다리 부근에서 현지 주민이 놓고간 하얀 장미가 차선 분리대에 꽂혀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여행객 안전과 보호를 위한 조항이 여행 약관에 명시돼 있음에도 이 같은 참사가 벌어진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안전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패키지 관광에 있는 일정을 강행하는 여행업계의 관행이 이런 참사를 불렀다는 것이다. 실제 참사 생존자들은 여행사가 폭우 속에 일정을 강행한 것을 성토하며 여행사 측이 유람선 투어 출발 직전에 사고 대처요령 등을 제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용묵 한국소비자협회 이사장은 “단순히 관람코스만 선정하는 게 아니라 그 나라 관행이나 관습에 맞는 안전 점검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다뉴브강 유역 국가에서 4개월 전 실종된 여학생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례도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최근 다뉴브강의 유속이 빨랐다는 얘기고 사고 위험이 높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구명조끼 착용 등의 안전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해외여행 시 현지 사정에 따라 안전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더라도 여행자 스스로나 인솔 여행사 차원에서 이를 준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부는 국가별 최신 안전 수칙 정보를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이 안전 수칙을 여행자 스스로 숙지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희경·홍주형·이강진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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